개그콘서트 만큼 `배꼽잡는 책읽기`
개그콘서트 만큼 `배꼽잡는 책읽기`
  • 북데일리
  • 승인 2006.03.1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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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생활백수의 고혜성, 봉숭아 학당의 강유미, 고음불가팀, 사랑의 가족, ‘BOA’ 팀은 모두 KBS2TV ‘개그콘서트’(일 밤 8시 55분)가 낳은 스타들이다.

스타군단을 탄생시키며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개그콘서트보다 책읽기가 훨~씬 재미있다고 주장하고 나선 한 현직기자가 있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맛있는 책읽기>(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2006)의 저자 중앙일보 김성희 기자.

언론이 주목하는 화제의 책이나, 고전, 베스트셀러가 아닌 자신이 재미있게 읽은 `초강추` 책 리스트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집을 무너뜨릴 정도로 책을 사들인다는 책벌레 기자에게 책읽기란 개그프로그램 이상의 웃음과 휴먼다큐 이상의 감동을 주는 최고의 친구다.

휴가철 뒹굴던 그에게 방바닥을 뒹글 정도의 웃음을 준 책은 <아기는 프로페셔널>(동서문화사. 2003). 저자가 소개한 줄거리만 읽어도 웃음이 터져 나온다.

소설의 주인공 헤리 블레이튼은 ‘사람 좋은’ 여권 위조범이다. 제네바에서 만난 전 동료의 협박에 못 이겨 유괴범죄에 말려든 헤리 블레이튼. 그를 포함한 아마추어 악당 4인조는 경호원이 밤낮으로 보호하는 부자 ‘리파이’의 아기를 유괴하기 위해 기발한 방법을 떠올린다. 주당 200달러에 남의 집 아기를 빌려 리파이의 아기와 바꿔치자는 것이다. 어리버리 아마추어 악당 4인조는 리파이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사건은 키우지 말고 몸값만 협상 하자는 결론을 내린다.

문제는 바꿔치기를 위해 빌려 온 아기가 진짜 ‘프로’ 라는 사실이다. 프로 아기는 방긋방긋 웃고 식성도 굉장히 좋은데, 25만 달러를 요구한 부자의 아기는 얼굴도 못난이인 데다 빽빽 울기만 하는 골칫덩이다.

리파이는 유괴된 자신의 아기 대신 바뀐 ‘프로’가 마음에 들어 인질금을 줄 생각이 없고 빌려온 아기는 돌려줘야 하니 어리버리 악당 4인조는 사면초가에 놓인다.

저자는 “범죄 소설이지만 죽는 사람도 없고 당연히 피도 튀기지 않는다. 대신 소설 전체가 희극적이고 문장 곳곳에서 웃음이 배어나온다”며 강력추천한다.

이어 휴머니즘 가득한 <굿바이 미스터 칩스>(넥서스. 2005)도 소개한다. 주인공 칩스는 브룩 필드라는 퍼블릭 스쿨에서 30년 이상 라틴어를 가르치다 정년퇴직을 한다. 칩스는 퇴직 후 학교 건너편에 하숙하며 긴 시간들을 추억한다. 18개의 감동적인 에피소드가 깊은 여운을 남긴다.

휴가철에 휭~ 하니 떠나고 싶은 발길에는 <나를 부르는 숲>(동아일보사. 2002)이 제격이다. 미국 애팔래치아 트레일(AT) 종주에 도전한 등산가의 이야기로 여름에 가까이 할 한 권의 책으로는 안성맞춤이다.

김성희 기자의 서가에는 역사, 경제, 시집, 추리 소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인문학 서적과는 거리가 먼 책들을 보고 있으면 “독서 편식이 심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신나는 책읽기에서 헤어 나오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단다.

“명저 해제집이나 필독서 목록이 아닌 일종의 책 소개에 그친다”는 저자의 겸손한 말과 달리 <맛있는 책읽기>는 어떤 ‘책 소개’ 책 보다 재미있고 신선하다.

책벌레가 아니면 알기 쉽지 않은 ‘희귀한’ 책 리스트는 정치, 언론, 과학, 역사 등 각종 분야에 고르게 분포 돼 있어 골라보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다.

2탄을 기대하게 만드는 ‘희귀 책 리스트’ <맛있는 책읽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발행하는 <기획회의>(구 <송인소식>)에 2년간 연재했던 칼럼을 손질해 묶었다.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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