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분양시장은 현금부자들의 ‘줍줍’ 열풍...무순위 청약의 민낯
지금 분양시장은 현금부자들의 ‘줍줍’ 열풍...무순위 청약의 민낯
  • 김예솔 기자
  • 승인 2019.04.22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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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순위 청약보다 뜨거운 무순위 청약...무주택 실수요자 어디에"
"당첨되더라도 관건은 자금동원력...오히려 '현금부자들의 잔치'로"
지난 10일 진행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 사전 무순위 청약에 총 1만4376명이 몰렸다.(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진행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 사전 무순위 청약에 총 1만4376명이 몰렸다.(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최근 청약시장에서는 이른 바 ‘줍줍’이라는 신조어가 뜨고 있다.

까다로워진 청약 제도와 대출 규제에 새 아파트의 잔여물량이 속출하자, 현금부자들이 이를 줍고 줍는 현상을 가리켜 ‘줍줍’이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잔여물량 추첨에 1순위 청약자격이 없는 유주택자나 자산가들이 대거 몰리면서 ‘부자들만의 잔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 청약시장의 새 풍경, ‘줍줍’ 현상...너도나도 무순위 청약나서

서울 분양시장에 처음으로 등장한 사전 무순위 청약 단지가 흥행에 가뿐히 성공했다.

지난 10일 진행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 사전 무순위 청약에 총 1만4376명이 몰렸다. 이는 일반물량 1129가구의 13배에 달하는 인원이자, 1순위 청약자 수인 4857명의 3배에 달한다.

올해 2월 도입된 사전 무순위 청약 제도는 청약접수 전 미계약에 대비해 사전예약을 받는 제도다. 1순위 청약에 앞서 진행되며, 청약 발표 후 미계약분이 나오면 사전예약을 한 신청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선정한다.

이는 청약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인 밤샘 줄서기, 대리 줄서기, 공정성 시비 등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월 입주자모집 승인 신청분부터 적용됐다. 특히, 무순위 청약은 청약통장이 없어도 만 19세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는 데다가, 당첨자 이력 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에 추후 1순위 청약을 넣는데도 제약이 없다는 게 장점이다.

앞서, 사전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경기도 내 분양 단지들 모두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지난달 성남시 ‘위례 포레스트 사랑으로 부영’은 사전 무순위 청약에 일반물량 556가구에 4배에 달하는 2132명이 신청했으며, 이어 이달 10일 구리시 ‘한양수자인 구리역’에는 일반물량 162가구에 약 25배인 4015명이 몰렸다.

건설사 입장에서 사전 무순위 청약은 예비청약자들의 성원 하에 잔여물량을 한 번에 털어버릴 수 있어 앞으로 도입을 추진하는 사업장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분양 관계자는 "청약제도 개편 이후 분양단지별 부적격 청약 당첨자가 10% 내외에 달해 무순위 청약에 관심 가지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건설사도 미계약 물량을 수월하게 관리할 수 있는 만큼 도입을 늘리는 사업장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미계약 속출에 오히려 현금부자만 화색...'규제가 낳은 역설'

오히려 무순위 청약열풍이 ‘규제의 역설’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주택자와 청약 가점이 낮은 자산가들까지 너도나도 잔여물량 추첨에 뛰어들면서 결과적으로는 이들에 대한 내 집 마련의 기회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정부가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청약 당첨기회를 높였지만, 정작 무주택자들은 대출 장벽에 막혀 청약에 당첨되고도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중도금 집단대출이 되지 않는 분양가 9억원 초과 아파트의 경우에는 이 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올 초 분양한 동대문구 `e편한세상 청계센트럴 포레`는 1순위 청약에서 3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어도 전체 일반분양 물량의 15%에 해당하는 잔여분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달 분양에 나선 서대문구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는 일반분양분 263가구 중 174가구가 미계약 물량으로 나왔다. 당시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1.14대 1을 기록하며 전 주택형 1순위 마감했지만, 당첨자 41.5%가 끝내 계약을 하지 않은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들 단지 일부의 중대형 평수들이 9억원을 초과해 당첨자들이 자금여력 부족으로 계약을 주저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청약제도의 허점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대출규제 문턱에 막혀 자금 마련을 못해 계약을 포기하는 무주택자들이 늘어나고 있고, 잔여물량 모집에 자금력 있는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며 “부적격 당첨자 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도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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