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兆 예타면제’ 꺼낸 지 석 달 만에...기준마저 손 댄 文정부
‘24兆 예타면제’ 꺼낸 지 석 달 만에...기준마저 손 댄 文정부
  • 김예솔 기자
  • 승인 2019.04.04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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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예타조사 기준 전면 개편...SOC사업 탄력 예고"
"무분별한 난개발, 총선용 대책 비판 등 부작용 우려 "
지난 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 기준을 개편키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 기준을 개편키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문재인 정부가 예비타당성 20년 만에 조사 기준을 개편하기로 했으나, 이를 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지난 3일 정부는 예비타탕성 조사 기준을 20년 만에 개편하기로 했다. 수도권 사업은 경제성과 정책성만으로 평가는 대신, 비수도권 사업은 경제성 평가 가중치를 줄이고, 균형발전 평가 가중치를 높여 지역에 필요한 사업이 적기에 추진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현행 제도가 국가균형발전 측면보다는 경제성을 중심으로 이뤄진 탓에 상대적으로 비수도권이 예타 통과에 불리해지자, 수용·변경에 나선 것이다.

이번 조치에 대해 지자체들은 환호하고 있지만,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예타 ‘객관적 검증’ 어디에...낮아진 경제성·정치적 입김 우려

이번 예타 기준 완화를 두고, 본래의 예타 취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예타 제도는 공공투자사업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도입됐다. 예타 대상은 500억원 이상 사업 중 나랏돈이 300억원 이상 들어가는 사회간접자본(SOC)·연구개발(R&D) 사업이다.

제도 도입 후 작년까지 386조3000억원 규모의 총 849개 사업이 예타를 신청했으나, 이 중 사업성이 부족한 300개 사업은 부적합 판정을 받아 불발됐다. 3개 중 1개 사업은 예타에서 걸리진 셈이다. 이 때문에 지자체들과 지역주민에게 예타는 '통곡의 벽'으로 불릴 만큼 지역 숙원 사업의 최대 장애물로 꼽혔다.

일단 이번 조치로 일단 경제성 부족으로 승인이 어려웠던 지방 광역시 중대형사업은 숨통이 트이게 됐다. 이전보다 좀 더 수월하게 예타 문턱을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경제성 비중이 낮아진 탓에 예타가 국가 예산 방어의 수문장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치권의 입김이 커져 객관적인 검증이 어려워질 수 있는 것도 논란거리다.

그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수행해온 예타 종합평가를 기획재정부 산하에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 맡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재정사업평가위원회는 예타 대상 선정과 예타 결과를 최종 의결하게 됐다.

그러나 현재 위원회의 대다수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의 정부 인사들이 꾸려져 정작 공정성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부문이다.

■ 文정부, 연이어 예타 허물기 나서...‘총선용 대책’ 비판 봇물

올 들어 정부는 ‘예타 허물기’에 전격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 1월 24조1000억 규모의 예타 면제 사업을 발표한 이후 석 달 만에 예타 기준 개편안을 내놓았다.

아직 예타 면제에 대한 비판이 여전한데도 다시 예타에 손을 댄 것이다. 지난번 예타 면제 발표가 광역별 총 23개의 사업 추진을 허용해준 일회성 조치라면, 이번 예타 기준 개편은 제도 자체를 완화해 SOC 사업 추진에 빗장을 풀어준 조치다.

이로써 올 초 예타 면제에 탈락했던 SOC 사업들이 곧바로 예타에 재도전하면서 지제됐던 지역개발 사업이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예타 기준을 발 빨리 완화시킨 것에 대해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선심성 정책’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앞서, 정부가 비수도권 지역 내 SOC 사업만 예타 면제 대상에 올려 수도권 지역의 반발이 심했다. 당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B’노선(GTX―B), 신분당선 연장사업이 예타 면제에서 제외돼 지역 주민이 원성이 높아졌다.

GTX B노선과 신분당선 연장사업은 예타 ‘경제성’ 분석에서 합격점을 받지 못했지만, 예타 개편에 따라 이들 주민들이 낸 교통분담금으로 ‘정책성’ 부문에선 가산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수도권 평가기준에서는 ‘지역균형발전’ 항목이 빠진 것도 이들 사업에겐 유리하게 작용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사업의 예타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수도권 민심 달래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시민단체들도 정작 지역균형 발전만을 위해 예타 기준 개편에 나섰다고 보기엔 어렵다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지역사업 통과 가능성을 높여 기대감을 갖게 하려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맹비난하면서 "예타제도와 같이 도입된 사후평가제도를 더 강화해 혈세를 더 알뜰하게 쓸 방안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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