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생산 중인 닛산 로그에 이어 신차 수출 물량도 경고등"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르노삼성자동차의 앞날에 암운이 짙어지고 있다.
노사분규 장기화로 현재 위탁생산 중인 닛산 로그의 생산물량을 다시 맡기 어려워진데다가, 후속 물량 배정이 유력했던 수출용 신차도 자칫 스페인 공장에 넘어갈 위기에 처해져서다.
■ 사실상 물 건너간 ‘낫산 로그’...오는 9월 일감 끊기나
르노삼성 부산공장이 오는 9월 만료되는 닛산 로그 물량을 사실상 재배정받기 어려워졌다.
르노삼성은 르노그룹이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지난 8일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합의점을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부터 지금까지 임단협에 난항을 겪으면서 지난 22일까지 모두 192시간 파업에 2100억원대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현재 노사분규가 길어지면서 르노삼성은 노동비용 등 향후 생산조건을 확정하지 못했으며, 르노그룹에 닛산 로그 후속 물량 신청을 위한 생산계획조차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가 최근 발표된 르노그룹의 지역본부 개편은 르노삼성에게 득보단 실을 더 안겨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달 1일부터 르노삼성은 르노그룹의 지역본부 체계 개편에 따라 기존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에서 '아프리카·중동·인도·태평양'으로 소속이 변경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에 속한 중국 시장에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 지역본부’를 신설한 대신 한국, 일본, 호주, 동남아, 남태평양 지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에 속한 지역은 아프리카·중동·인도 지역본부와 통합된다.
업계에서는 아시아와 북미시장에서 신흥시장으로 발을 넓혔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지만, 로그를 북미시장에 수출하는 르노삼성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로그 물량 재배정이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오는 9월 만료되는 닛산 로그 이후 후속 물량을 확보하지 않으면, 르노삼성은 부산공장 가동률이 절반으로 떨어지고, 현재 2교대에서 1교대로 작업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된다.
■ 신차물량마저 ‘위태위태’...스페인 공장과의 경쟁 불가피
일단 르노삼성은 로그 재배정 대신 신차 후속물량 배정에 주력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최근 르노그룹 본사는 당초 부산공장 배정이 유력했던 유럽 수출용 신차 생산물량을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 때문에 지난주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이 본사를 찾아 부산공장의 신차 물량배정을 요구했으나, 확답은 받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신차는 소형 CUV(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량)로 르노삼성이 개발에 참여했으며, 당초 국내 판매용 생산을 위해 부산공장에 생산설비를 갖출 예정이었다.
그러나 신차 수출시장이 유럽에 집중되면서 당초 계획과는 다르게 신차 물량이 르노 스페인 공장으로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
게다가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로그 생산비용이 르노그룹 전체 3위권으로 높은 편에 속해 가격 측면에서 스페인 공장에 밀린다. 수출을 위한 물류비용까지 포함하면 신차를 스페인공장에서 생산해 유럽에 판매하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스페인공장은 신차 생산설비를 따로 갖춰야 하고 연식변경 등에 필요한 연구개발 기능이 없어 르노삼성차 부산공장보다 불리한 측면도 있다. 현재 르노삼성은 생산공장부터 연구시설, 자체 내수시장까지 모두 갖추고 있다.
이처럼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도 불구, 르노삼성 노조는 파업을 이어가고 있어 사태가 악화일로를 걸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노조는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주 3일, 주야 4시간씩 부분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사분규가 장기화되면서 르노삼성이 르노그룹 본사의 신뢰를 잃고 있다”면서 “후속 물량을 새로 배정받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일단 임단협을 매듭짓고,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