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갈색 맥주병 '녹색'으로 바꾼 사연...맥주시장 '필사즉생'으로 재탈환할 것
하이트진로, 갈색 맥주병 '녹색'으로 바꾼 사연...맥주시장 '필사즉생'으로 재탈환할 것
  • 이재정 기자
  • 승인 2019.03.13 2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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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없는 호주산 맥아 100%, 자연발생 탄산 100% '청정라거-테라' 선보여
하이트진로 "제품 준비는 다 됐다" 소비자 선택만 남아
하이트진로는 오는 21일 국내 맥주 시장에 획기적인 신제품 '테라'를 선보인다고 13일 밝혔다.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오성택 상무가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사진=화이트페이퍼)
하이트진로는 오는 21일 국내 맥주 시장에 획기적인 신제품 '테라'를 선보인다고 13일 밝혔다. 하이트진로 김인규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화이트페이퍼)

[화이트페이퍼=이재정 기자] 하이트진로가 갈색병이 아닌 녹색병에 담은 맥주를 내놨다. 하이트진로는 오는 21일 국내 맥주 시장에 획기적인 신제품 '테라'를 선보인다고 13일 밝혔다.

하이트진로는 병모양과 상표라벨 디자인은 물론 제품 콘셉까지 신선함을 꾀했다. 테라의 브랜드 이미지는 '청정함'이다. 미세먼지 없는 호주 청정지역에서 난 맥아와 자연발생 탄산을 넣어 거품까지 깔끔한 '청정라거'다.

하이트진로는 '홈런 칠 각오로 신제품을 가지고 나왔다'며 9회말 투아웃 같은 국산맥주 시장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하지만 신제품 역시 기존 주력 제품과 같은 라거 맥주인데다 시장의 큰 틀은 변화가 없어 경기의 결과는 소비자들의 선택에 따라 갈릴 것으로 관측된다.  

홈런 기대주자로 '라거 신제품' 등판시킨 하이트의 속사정

하이트진로가 홈런 주자로 신제품 테라를 등판시킨 배경에는 주력 맥주 제품 '하이트'의 매출 부진이 있다. '하이트'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두 자릿수 하락폭을 보이다가 지난해 20% 아래로 떨어졌다. 작년 3분기 누적 하이트 매출액은 2천289억 원으로 전체의 18.41%에 불과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p 낮아진 수치다. 2년 전과 비교하면 1천억 원 넘게 감소했다. 일반 맥주의 대체제로 내놓은 저렴한 발포주 '필라이트'에 밀린데다 다양하고 값싼 수입맥주가 유입되면서 국산 맥주 인기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고심하던 하이트진로는 5년 전부터 신제품 개발에 착수, 최근 2년간 '사투'를 벌인 끝에 테라를 탄생시켰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오성택 상무는 국내산 대표 맥주인 라거 맥주에 대한 편견에도 불구, 라거 맥주를 또 다시 새 주자로 내세우게 된 이유로 '본원적인 경쟁력 제고'를 들었다.

그는 "맥주 시장에서의 생명력은 결국 본원적 경쟁력을 갖출 때 유지된다. 경영진은 회사의 원뿌리인 레귤러 라거 제품으로 승부를 보지 못하면 지속 가능한 경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면서 "발포주는 가벼운 저가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층을 겨냥한 특정 타겟용 제품일 뿐 홈채널과 유흥 채널 전체를 아우르는 제품은 역시 라거 맥주"라고 말했다.

'소맥용 맥주'라는 편견에도 불구 라거 맥주를 다시 시장에 내놓은 이유는 이처럼 국내 맥주업체들의 근본 뿌리가 라거 맥주에 있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 김인규 대표는 "그동안 하이트진로는 빠르게 변화 중인 주류소비 시장에 적응하지 못해 어렵고 힘든 시기 보내야만 했다"면서 "창립 100주년을 5년 앞둔 지금, 하이트진로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위한 출발점에 서있다"고 말해 신제품 테라도 하이트가 쌓아온 라거 방식 생산 기술의 연장선상에서 탄생했음을 암시했다.

또 김 회장은 "신제품 출시 통해 어렵고 힘들었던 맥주사업에 마침표를 찍고자 한다"며 오늘 선보이는 신제품에 모든 임직원이 필사즉생의 각오로 임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신제품 테라에 대해 설명하는 오성택 상무(사진=화이트페이퍼)
신제품 테라에 대해 설명하는 오성택 상무(사진=화이트페이퍼)

청정라거, 과연 타율은?

하이트진로는 차별화한 퀄리티와 이미지가 소비자들로 하여금 이미 식당과 마트 냉장고에 가득 입고돼 있는 기존 제품들 사이에서 테라를 집어들게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제품 자체가 마케팅'이 될 것이라며 제품의 맛과 퀄리티, 신선한 이미지 등이 소비자들에게 진정성있게 어필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신제품 기획팀은 개발 단계에서 키워드로 '미세먼지'를 집어들었다. 미세먼지 습격이 1년 내내 지속되면서 청정/천연/자연에 대한 갈망이 커지는 점에 착안해 개발팀은 맥주의 근본 원료인 맥아를 청정 지역 호주에서 100% 공수하기로 했다. 호주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하는 '환경성과지수(EPI)' 대기 질 부문에서 100점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대한민국이 119위에 그친 것과 대조적인 점수다. 신제품의 이름에도 이런 친환경 이미지가 담겼다. 테라(TERRA)는 라틴어로 흙, 대지, 지구를 뜻하는 단어다.

또 테라는 인공 탄산 대신 발효 공정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리얼 탄산을 100% 담아 청량감과 깔끔함을 강화했다. 새 공정의 도입에 따라 신제품에 거품이 조밀하고 탄산이 오래 유지된다는 차별점이 장착됐다. 미세먼지로 목의 칼칼함과 답답함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을 청량감 강한 맥주로 끌어당긴다는 전략이다.  

패키지 역시 기존 브랜드와 확연히 달라졌다. 메인 컬러는 '그린'이다. 사전 소비자 조사에서 '청정' 콘셉트를 가장 잘 표현하는 색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라벨에는 최근 주요 소비 성향중 하나인 미니멀을 채택해 브랜드네임만 강조하는 심플한 디자인을 적용했다. 병에 토네이도 모양의 양음각 패턴을 적용해 휘몰아치는 라거의 청량감을 시각화하고 병의 목과 몸체 부분에 황금비율을 적용하는 등 세련된 이미지 연출을 꾀했다.

광고 모델은 드라마 '도깨비' 등으로 국민배우 명단에 오른 공유다. 주요 소비층을 남녀노소 전 층으로 정한 동시에 다양하고 이색적인 맥주에 열광하는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하겠다는 전략이다.

신제품 발표회 자리에서 참석자들이 즉석 시음할 기회가 주어졌다. "거품과 탄산이 부드럽다"는 평가와 함께 "소주를 첨가해 일명 '소맥'을 제조해봐야 확실히 알 것 같다", "치킨과 함께 먹어봐야 알 것 같다"는 반응도 나왔다.

'청정라거-테라'는 오는 21일 첫 출고 후 전국 대형마트, 편의점 등 가정 채널과 음식점, 유흥업소 등 유흥 채널에서 동시 판매될 예정이다. 출고가격은 기존 맥주와 동일하고 알코올 도수는 4.6%다.

가격은 공장출고가 기준으로 355ml 캔은 1천238.95원, 500ml 병은 1천 146.66원이다. 저가 수입 맥주 사이에서 경쟁력을 얼마나 발휘할지도 미지수다. 비싸도 사먹을 만한 확실한 이유가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는 가격 경쟁력에 대해서는 단가를 조정하지 않은 이유는 큰 폭의 매출 증가가 자연스럽게 영업이익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마케팅실 오성택 상무는 신제품 출시에 따른 기존 제품에 대한 정책에 대해 묻는 질문에 "시장에 맡기겠다"면서 신제품 테라는 그동안 자사 라거 맥주에 대한 시장의 냉혹한 평가에 대해 '변명하지 말고 오직 연구하자'는 정신으로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만큼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것이고 회사 전체 매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청정'이라는 마케팅 포인트나 전략과는 별개로 결국 제품에 대한 평가는 최종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갈리는 게 시장"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청정라거-테라' 캔과 병 제품(사진=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청정라거-테라' 캔과 병 제품(사진=하이트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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