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 약발 먹혔다지만"...부동산 발 못 붙이는 서민들
"9.13 약발 먹혔다지만"...부동산 발 못 붙이는 서민들
  • 김예솔 기자
  • 승인 2019.03.13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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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9.13 대책 이후 내리막...0.89% 찔끔 하락 불과"
"무주택자 기회 넓어진 청약시장...대출규제에 벌벌"
지난해 치솟았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9.13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직후 하락 장세를 이어갔다. (자료=한국감정원)
지난해 치솟았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9.13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직후 하락 장세를 이어갔다. (자료=한국감정원)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정부가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6개월에 접어든 지금, 서울 부동산 시장의 온도는 이전과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작년 9월 정부는 불붙은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회심의 9.13 대책을 발표했다. 9·13 대책으로 대출 문턱을 높였으며, 종합부동산세를 강화로 다주택자들을 옥죄기에 나섰다.

이로 인해 비이상적 과열을 보였던 서울 주택시장은 1년2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으며, 분양시장도 물을 끼얹은 듯 잠잠해졌다.

일단 통계상으로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났지만, 아직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됐다고 보기에는 미비하다는 평가다.

■ 치솟던 서울 집값, 한 풀 꺾였더라도...“실상 서민 체감 어려워”

‘미친 집값’으로 통했던 서울 집값은 9.13 대책 이후 하락 장세를 이어갔다.

1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작년 9월 1.84%로 정점을 찍었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9.13 대책이 발표된 직후인 10월 0.58%로 줄어들었다.

이어 11월에는 0.05%로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으며. 12월에는 –0.17%로 1년2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해가 바뀌고도 1월과 2월 각각 –0.41%, –0.37%를 기록하면서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일단 지표상으로 서울 아파트값은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실수요자들이 체감하기에는 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서울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던 것에 비해 소폭 떨어져서다.

서울 아파트값은 9·13대책 발표 직후 11월부터 2월까지 4개월간 0.89% 떨어졌다. 이는 대책 발표 직전 4개월간 3.25% 오른 것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특히, 서울 아파트값은 ‘귀한 몸’으로 불렸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조정이 이뤄진 경우가 대다수여서 현장에서 체감하는 수준은 더욱 낮다는 지적이다.

지난 4개월 동안 강남구가 2.92%, 서초구, 송파구가 2.07% 하락하는 등 강남4구 아파트가 2.10% 내리며 서울 집값 약세를 이끌었다. 이 중에서도 강남권 재건축 대장주로 불리는 강남구 은마아파트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최고가보다 2억~4억가량 낮아진 가격대에 거래됐다.

게다가 거래절벽으로 정확한 시장가격 책정이 어려워지면서 시세가 왜곡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최근 집값이 더 떨어지길 기다리는 매수자와 더 이상 집값을 낮출 수 없다는 매도자 간 신경전이 벌어지면서 거래절벽이 심화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말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올 들어 1월 1870건, 2월 1587건으로 예년 6000건을 웃돈 것에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현재 집값 하락이 나타나는 것은 거래시장의 경색이 주효한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집값은 강력한 대출규제 등의 영향으로 일시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면서 “보유세를 단계적으로 강화하되, 거래세를 낮추면서 부동산 거래시장의 숨통을 틔워줄 필요는 있다”고 제언했다.

■ 실수요자 청약 넓어졌어도...발동동 구르는 무주택자·끄떡없는 현금부자

광풍이 불었던 서울 청약시장은 9.13 대책 여파에 잠잠해졌지만, 여전히 무주택 서민들이 발붙이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1·2월 서울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6.6대 1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7.9대1과 비교했을 때, 4분의 1로 쪼그라든 수준이다.

올 초 분양에 나섰던 서울 광진구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가 서울에서 2년 만에 1순위 청약 미달을 기록하면서 달라진 청약시장의 온도를 방증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최고 청약경쟁률이 거뜬히 세 자릿수를 기록하고, 너도나도 ‘묻지마식’ 청약을 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이처럼 경쟁률이 낮아진 것은 9.13 대책으로 대출규제와 청약자격이 강화되면서 가수요와 투기수요가 일부 차단됐기 때문이다.

9.13 대책으로 청약시장은 무주택자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됐다. 수도권 민영주택 추첨제 물량의 75%는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되며, 1주택자라면 기존 주택을 처분한다는 조건 하에 청약자격이 주어진다.

그럼에도 여전히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새 집을 마련하기엔 여의치 않다. 무주택자들에게도 분양가 9억원 초과 아파트의 중도금 집단대출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수 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고 있어야지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구매력이 부족한 무주택자보다 오히려 ‘현금 부자'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녀의 명의를 이용해 간접투자하거나 잔여물량을 적극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잔여물량 모집은 청약자격에 상관없이 추첨으로 뽑기 때문에 현금 부자들이 판치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잔여물량의 경쟁률은 살벌한 수준이다. 올 초 잔여분 모집에 나선 서초구 ‘디에이치 라클라스’는 33가구 모집에 3000명이 몰렸으며, ‘래미안 리더스원’ 26가구 모집에 2만3229가구가 몰렸다.

더군다나 더욱 까다로워진 청약제도에 당첨됐어도 정당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서 잔여 물량이 속출하고 있다.

올 초 분양한 동대문구 `e편한세상 청계센트럴 포레`는 1순위 청약에서 3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어도 전체 일반분양 물량의 15%에 해당하는 잔여분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청약제도의 허점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대출규제와 강화되면서 비교적 자유로운 잔여물량 모집에 자금력 있는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며 “부적격 당첨자 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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