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기업, R&D로 1조 클럽 속속 가입...내년 멤버 결정 요인은 '투자 효율'
제약기업, R&D로 1조 클럽 속속 가입...내년 멤버 결정 요인은 '투자 효율'
  • 이재정 기자
  • 승인 2019.03.07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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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제약업체 과감한 R&D(연구개발) 투자 성과로 속속 '1조 클럽' 가입
투자 확대 등 비용 발생이 수익 감소로 이어져...투자 효율화 필수
국내 주요 바이오제약업체들이 과감한 R&D(연구개발) 투자로 수익구조를 '수입 제품' 중심에서 '자체 기술' 중심으로 바꾸면서 매출 규모를 키웠다. 하지만 투자 확대 등에 따른 비용 발생으로 영업이익이 줄고 있어 R&D방안의 효율화 등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내 주요 제약업체들이 과감한 R&D(연구개발) 투자로 수익구조를 '수입 제품' 중심에서 '자체 기술' 중심으로 바꾸면서 매출 규모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투자 확대 등에 따른 비용 발생으로 영업이익이 줄고 있어 R&D방안의 효율화 등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이재정 기자] 국내 주요 제약업체들이 체질개선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수익구조가 '수입 제품' 중심에서 '자체 기술' 중심으로 바뀌면서다. 수입약 등 제품 판매 수익에 의존하던 바이오제약업체들이 과감한 R&D(연구개발) 투자로 얻은 기술을 기반으로 매출규모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주요 업체들이 '1조 클럽'에 들었다. 반면, 투자 확대 등에 따른 비용 발생으로 수익이 감소해 산업지형 변화를 위해서는 투자 효율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체 기술ㆍ제품으로 1조 클럽 멤버 속속 늘어

7일 기업별 공시 자료와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상위 제약사인 유한양행, 한미약품, GC녹십자 등이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R&D에 투자해 얻은 성과가 수익으로 이어진 영향이 컸다. 국내 제약업계 매출 1위인 유한양행은 지난해 11월 얀센에 비소세포폐암치료제 레이저티닙을 기술 수출하면서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 5000만달러(약 550억원)를 받았다. 길리어드사이언스사에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기술을 수출해 계약금 1500만달러(약 170억원)를 확보했다.

지난해 매출 1조160억원을 기록한 한미약품은 매출이 전년대비 10.8%늘었을 뿐 아니라 영업이익률도 8.2%로 상위 기업들 중 가장 높았다.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이 615억원가량 팔리고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에소메졸’, 고지혈증 치료제 ‘로수젯’ 등 자체 개발한 제품이 매출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업계는 기술수출 외에도 올해부터 자체 개발한 의약품을 해외로 수출해 매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4개 의약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데 이어 올해는 최대 8개가 허가를 받을 예정이어서다. 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는 FDA 허가를 받아 미국 출시를 앞두고 있다. 셀트리온은 ‘허쥬마’와 ‘트룩시마’를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제약 바이오 회사들이 이달 29일부터 미국 애틀랜타에서 개회되는 미국암연구학회(AACR)를 시작으로 R&D성과를 줄줄이 발표할 예정이어서 자체 개발한 기술과 제품 수출이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는 한미약품 유한양행 녹십자 종근당 등 총 16개 제약사 참가할 예정이다. 오는 5월 말∼6월 초에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와 당뇨학회(ADA), 유럽류마티스학회(EULAR) 등 굵직한 학회들이 줄이어 개최될 예정이어서 업계는 물론 투자관련 업계들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투자 비용'ㆍ'매출' 시소 게임 여전...선순환 위해선 R&D 투자 효율이 관건  

지속적인 R&D 투자로 수익 구조가 개선되고 매출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투자에 따른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률은 감소하고 있어 R&D 투자 효율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매출이 사상 최대치인 1조 5188억원 기록하며 3년 연속 제약업계 매출 1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이 기간 영업이익은 약 501억원으로 전년 대비 43.5%감소했다. 미래시장 위주의 공격적인 투자가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어서다. 유한양행의 R&D투자액(별도기준)은 2017년 1016억원에서 지난해 1105억원으로 증가했다. 전년보다 9%나 늘어난 수치다. 올해는 1500억원 이상 투자할 전망이다.

GC녹십자의 영업이익도 501억원으로 전년 대비 44.5% 감소했다. GC녹십자의 지난해 R&D 비용은 1220억원으로 12.3% 늘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매출의 19%에 달하는 1929억원을 R&D에 투자했다. 매출이 11%가까이 늘어난 한미약품도 영업이익(836억원)은 전년 대비 1.7%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에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기업들보다 앞서 R&D 투자로 몸집을 키워온 글로벌 상위 제약기업들의 연구‧개발 투자수익률(ROI)이 하락세에 있는 점에 비추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해외의 경우 영국의 글로벌 회계‧컨설팅기관 딜로이트社 부속 딜로이트 헬스 솔루션센터는 최근 공개한 ‘R&D 생산성 문제의 해결’(Unlocking R&D productivity)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톱 12' 제약기업들의 투자수익률은 지난 2010년 10.1%에서 2018년 1.9%로 곤두박질쳤다.

딜로이트 헬스 솔루션센터는 신약을 시장에 내놓기 위해 소요된 비용은 지난 2010년 당시 11억8,800만 달러에서 2018년 21억6,800만 달러로 2배 가까이 훌쩍 뛰었지만 같은 기간에 신약 1개당 최대 예상 매출실적은 반토막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보고서는 “디지털 전환의 도입으로 R&D 생산성 문제를 해결하고 획기적인 차세대 성과물들이 도출되면서 최근 눈에 띄는 추세를 돌려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R&D 방법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동화 공정과 자연어 처리(NLP: natural language processing) 등 기타 인지기술 등의 사용증가를 통해 반복적인 작업의 속도와 정확성, 품질 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기업 중 한미약품의 경우 지난 2017년 최첨단 ICT기술을 적용한 팔탄 스마트플랜트 공장을 완공했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팔탄 스마트플랜트의 기획과 생산, 설계, 판매, 유통 등 전 공정을 RFID 기반 첨단 ICT 기술과 접목해 축적된 빅데이터를 토대로 생산 최적화와 지능화를 구현해 4차 산업혁명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단순반복 작업에 소요되던 비용이 긴축되면서 비용과 자원이 연구개발에 더욱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R&D에 따른 성과가 매출로 이어지고 영업이익이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려면 영업이익률을 높이기 위한 투자 효율성 제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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