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 신뢰도 1위 '구광모 회장'...변수는 실적ㆍ실력
재벌 총수 신뢰도 1위 '구광모 회장'...변수는 실적ㆍ실력
  • 이재정 기자
  • 승인 2019.03.0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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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실적 부진에 경제성장 기여도 3개월 연속 하락...실적 개선이 향후 순위 가를 듯
LG그룹과 구광모 회장이 재벌 재벌총수 신뢰도 조사 결과 1위에 올랐다. 지난해 조직 개편과 인사임명 등 그룹 전열을 가다듬은데 이어 '구광모식 경영 체제'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면서 LG그룹과 구 회장에게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사진=LG)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한국CSR연구소 등에 따르면 LG그룹과 구광모 회장이 재벌ㆍ재벌총수 신뢰도 조사 결과 1위에 올랐다. 지난해 조직 개편과 인사임명 등 그룹 전열을 가다듬은데 이어 '구광모식 경영 체제'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면서 LG그룹과 구 회장에게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사진=LG)


[화이트페이퍼=이재정 기자] LG그룹이 재벌과 재벌총수 신뢰도 조사에서 11개월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그룹의 전반적인 실적 부진 탓에 신뢰지수는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지난해 6월 취임한 구 회장이 조직의 전열을 가다듬고 본격적으로 '구광모식 리더십'을 펼치고 있어 세간의 눈길이 LG그룹의 현재와 미래를 향하고 있다.   

■신인 구광모의 신뢰도 1위 비결 '합법적 세습 이미지' 

4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한국CSR연구소 등에 따르면 자산총액 순위 기준 30대 재벌과 재벌총수의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LG그룹과 구광모 회장이 3월 대한민국 재벌 신뢰지수 1위에 올랐다.     

조사기관들에 따르면 전체점수는 신뢰 정도를 점수로 지표화한 '일반인지 부문'과 ▲한국 경제성장 기여도 ▲한국 사회 통합 발전 기여도 ▲사회적 책임 ▲국가와 사회 발전에 끼치는 악영향 항목 등을 지표화한 '행태 부문'을 합산해 도출했다. 3월 재벌 신뢰지수 조사 결과 LG는 전체 평가에서 삼성, SK, 현대자동차, GS 등을 제치고 11개월 연속 선두 자리를 지켰다. 

구광모 회장은 총수 전체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데 이어 주요 그룹 3, 4세대 기업인 중 ‘기업을 잘 이끌 것 같은’ 인물 조사에서도 1위에 올랐다. 이는 2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3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이하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을 앞지른 성적이다.

구 회장의 전체점수는 지난달보다 1.6 떨어졌지만 2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격차는 지난달 5.3에서 6.2로 더 벌어졌다. 삼성가와는 다르게 구광모 회장은 고 구본무 선대 회장이 별세하면서 자연스럽게 LG 상속지분과 경영권을 승계했다. 현재까지는 이 과정에서 탈법적 정황이 포착되지 않았다. 법적으로 장자인 구광모 회장이 상속지분 전체의 4분의 3이 넘는 8.76%를 물려받으면서 상속세는 대략 7100억원으로 추산된다. 구 회장은 지난해 11월 말 1차로 1100억원 이상을 납부했다. 나머지 금액은 연 1.8%의 이자(연부연납가산금)를 물며 향후 5년에 걸쳐 납부한다는 계획이다.

LG가 배당을 확대하면서 구광모 회장은 지난해 결산배당 기준 개인 배당 순위 8위에 오르며 톱10에 진입했다. 일각에서는 상속세 마련을 위해 배당을 확대했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정부가 최근 주주 친화정책을 장려하고 있어 배당성향 확대가 탈법적 경영 상속 이미지로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구 회장은 대외적으로도 최근 청와대 초청 신년회, 청와대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여하면서 비교적 이른 나이에 회장에 취임한데 비해 국내 대표기업 총수 이미지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3월에 있을 주주총회를 통해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 LG화학의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돼 그룹 내부적으로도 ‘구광모의 LG' 체제가 더욱 확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젊은 구광모의 신뢰도 1위 비결 '온고지신'

구 회장은 지난해 6월 취임한 후 연말 임원인사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신규 임원을 발탁임명했다. 외부 인재 영입도 단행하며 조직의 긴장감과 활력을 높이면서도 기존 부회장단은 유임해 안정 속에 미래형 조직으로 재정비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또 4일 LG에 따르면 구광모 회장이 그룹 내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분기별로 열어온 정기 임원세미나를 월례행사로 바꾸기로 해 관심을 끌고 있다.

선대 회장의 주도 아래 이뤄진 기존 세미나에서도 상호적 소통을 강조했지만 근본 취지와 달리 총수 주도의 일방적 소통 체제에 머문감이 있었다. 이에 구광모 회장의 지휘 아래 새롭게 도입된 원례포럼이 외부전문가들을 초청해 강의를 듣고 심층토론을 하는 등 창의적인 소통 문화를 실현시킬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구 회장은 첫 공식 행보인 신년회에도 장소로 기존 여의도가 아닌 마곡동 ‘LG사이언스 파크’를 낙점했다. LG사이언스파크는 구본무 선대 회장이 LG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총 4조원을 투자해 조성한 연구단지다. 이날 행사에는 기존에 참석해온 경영진뿐 아니라 생산직, 연구직 등 다양한 직무의 직원들이 참석하고 특히 비즈니스 캐주얼의 복장 등 격식은 배제하고 활기찬 분위기에서 신년회가 진행됐다.

'미래사업'이라는 상징성이 담긴 사이언스 파크에서 구 회장은 “답은 고객에게 있다”며 “우리에게는 고객과 함께 70여년의 역사를 만들어 온 저력과 역량이 있다. 새로운 LG의 미래를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고객만 30여번을 강조하며 선대 회장단이 이어온 기업 기조인 '고객 가치'에 방점을 찍었다.

구 회장은 전통적인 내적 가치를 고수하면서도 외적 시스템을 미래화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연구개발(R&D)인력들에게도 “최고 인재들이 최고 R&D 환경에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업계에 따르면 구 회장이 로체스터 공과대학에서 수학한데 이어 실리콘밸리의 치열한 현장에서 쌓은 스타트업 창업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산업의 성장동력으로 연구개발을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아 미래 인재들을 직접 만나 인재육성과 연구 환경 조성을 약속하며 스킨십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했다. 3대 핵심 사업군인 전자, 화학, 통신서비스를 강화하는 한편 구 회장이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는 인공지능(AI), 로봇, 전장 분야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LG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자동차부품팀을 신설했다. 또 LG전자, 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5개 계열사의 펀드를 운영하는 ‘LG테크놀로지 벤처스’도 설립했다. 구 회장이  lD사업부장 상무로 몸답았던 LG전자는 지난해 8월 자동차용 프리미엄 헤드램프 제조사인 오스트리아의 ZKW 지분 70%를 약 1조108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CEO직속으로 ‘로봇사업센터’와 ‘자율주행사업테스크’도 신설했으며 인공지능 연구개발을 위해 ‘북미 R&D센터’도 오픈했다. 

총수 구광모의 신뢰도 1위 과제는 '실적성과'

취임 후 지금까지 확고부동의 선두를 이어오면서도 LG의 신뢰도 전체점수는 지난달(37.6)보다 0.8 하락했다. 경제성장 기여, 사회발전 기여, 사회적 책임 각각 부문의 점수가 각각 2.3, 0.8, 1.0 내려갔다.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경제성장 기여지수의 경우 계열사들이 줄줄이 실적 부진을 낸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실적 효자였던 LG디스플레이마저 지난해 영업이익이 2조4000억원 가까이 줄어들며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LG전자도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의 사업부진에 따라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0% 가까이 떨어졌다.

구광모 체제 하의 실적을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새로운 그룹 총수의 등장과 함께 ‘빅배스(과거의 부실이나 누적된 손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것)’가 표면화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견도 있다. 확고부동 1위를 지켜온 '좋은 기업'이미지와 달리 번번이 1위에서 비껴난 '실적'과 '실력'이 구광모 체제가 직면한 진짜 숙제라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글로벌 리더 이미지와 혁신, 프리미엄 제품군과 고도의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온 반면 LG는 '겸양지덕',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전략', '중저가 시장 공략' 이미지 등이 지배적인 것 같다"면서 "이제는 강력한 쇄신과 공격적인 R&D 선도 정책,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이 절실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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