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예타면제’ 文정부의 이중 잣대...후폭풍 거세
‘대규모 예타면제’ 文정부의 이중 잣대...후폭풍 거세
  • 김예솔 기자
  • 승인 2019.01.30 16: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4조 예타 면제 발표 하루 만에...정부의 토건경제 맹비난"
"제2의 4대강 재현·토건정책 회귀 우려...야4당에 시민단체까지 정면 비판"
29일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전국 23개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9일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전국 23개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대규모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기로 하자,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 29일 정부는 24조원1000억 규모 전국 23개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키로 했다. 이 중 SOC사업만 20조원대에 달한다.

일단 정부는 표면적은 국가균형발전을 내세웠지만, 실상 정부의 경제지표를 단기간 올리기 위해 빗장을 급히 풀었다는 비판이 각계각층에서 쏟아지고 있다.

■ 4대강 성토했던 文‘정부, ’토건경제’로 선회하나

야당 대표 시절 문 대통령은 2015년 6월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생략시켜버렸다”라며 “결과는 환경재앙과 국민혈세 22조 낭비였다”라고 말했다.

이 같이 발언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약 4년 만에 ‘대규모 예타 면제’를 꺼내들면서 ‘이중 잣대’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정책방향이 갑작스레 뒤바뀌면서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지는 것이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예타 없이 강행하자, 당시 야당은 토목건설로 혈세를 낭비한다며 날선 비판을 가해왔다.

문 정부 출범 이후에도 SOC 투자 확충에 대해 ‘인위적 경기부양’이라며 예산 감축 기조를 이어갔다. 그러다가 지난해 9월 생활 SOC예산을 확충했으며, 이어 10월에는 일자리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예타 면제를 추진키로 정책방향을 선회했다. 이후 지난 29일에는 24조원대의 전국 사업에 예타 면제를 발표하게 됐다.

제2의 4대강이라는 비판이 예상되자, 정부는 이번 대규모 예타 면제가 과거 정부와 다르다고 강조하기에 나섰다. 일단 지역균형발전을 하고 있는 데다가 연구개발(R&D) 예산을 3조6000억원(14.9%) 배정한 것과 중앙정부가 아닌 지차체 중심의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차별점을 두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예타 면제를 통해 경기부양을 하려는 구상과 과거 정부와 마찬가지로 토목 비중이 크다는 점은 모양새가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일단 예타 면제 규모 면에서 ‘토건정부’로 불렸던 이명박 정부에 뒤지지 않는 것은 오명을 씻어내기엔 역부족이다.

문 정부는 이미 29조원 규모의 예타를 면제한 터라 이번 발표로 예타 면제 규모가 54조원에 육박하게 됐다. 이는 역대 최대치인 이명박 정부의 예타 면제 규모 60조원에는 못 미치지만, 집권 2년차 만에 비등비등해진 것은 ‘역대급’이라는 관측이다.

■ 정치권은 이미 아수라장...시민단체마저 각성 목소리

예타 면제 발표 하루 만에 정치권은 아수라장이 됐다. 정부의 발표 직후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4대 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 공동위원장에서 물러나가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파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홍 위원장은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4대강 사업은 사업 자체의 타당성도 문제였지만, 절차 자체가 위법적이었다는 점을 큰 교훈으로 삼아야한다”면서 “이를 비판했던 현 정부에서 천문학적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의 절차적 정당성과 사회적 합리성을 담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예비타당성조사를 건너뛰어 사업을 추진한다니 망연자실했다”고 말했다.

야당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이번 예타 면제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이뤄진 지역 숙원사업임을 거듭 강조했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당들은 "예타 면제가 후세대에게 재정적 부담을 안길 것"이라고 지적하며 ‘묻지마식’ 예타 면제를 비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경제 어려움을 타개하고, 기울어진 지역 민심을 회복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이해하지만, 혁신성장을 강조하는 정부가 예타 면제를 통한 단기 경기부양에 급급하는 건 옳지 않다”면서 “문 대통령이 과거 야권에 있을 때 그렇게 비판했던 토건 경제로 돌아가는 것은 더 옳지 않다”고 꼬집었다. 

친(親)정부 성향 시민단체들도 과거 실패한 토건경제의 전철을 밟을 것을 우려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대규모 토목건설 사업에 예타를 면제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정부가 경기부양만을 목표로 예타 조사를 면제한다면 4대강이나 경인운하 사업처럼 국민 혈세 낭비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40여개 환경운동 관련 시민단체로 구성된 한국환경회의는 성명을 통해 “정부가 경제살리기라는 미명 아래 토건사업 확대를 위해 국민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