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복권, 불행의 복권
행운의 복권, 불행의 복권
  • 아이엠리치
  • 승인 2006.02.0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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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에 TV를 보다가 깜짝 놀랄 만한 해외 뉴스를 들었다. 어떤 회사에서 '돈을 모아서 복권을 사고 당첨되면 모두가 나눠갖자'는 제안이 나왔다고 한다.

 

사원들 모두가 이에 동의하여 10만엔을 모은 다음 A라는 여직원이 대표로 복권을 사러갔다. 그녀는 복권을 구입한 후, '내것만 따로 좀더 사볼까'라는 마음에 자기 돈 3천엔으로 몇 장을 더 구입했다. 드디어 당첨자 발표가 있던 날, 회사 이름으로 산 복권은 하나도 맞지 않았는데 A양이 개인적으로 구입한 복권이 당첨이 된 것이다. 그것도 몇억이나 되는 큰 금액이!

 

그녀는 그 자리에서 "이 복권은 제가 제돈으로 산 거예요"라고 말했지만 회사에서는 이미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A양은 변호사를 찾아가 상담을 했다. 변호사는 "그 복권은 분명히 당신이 개인적으로 산 것입니다. 굳이 재판까지 하지 않더라도 당신이 이기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인데, 그래도 재판을 하시겠습니다?"라고 물었다. 그후 복권은 그녀가 자신의 돈으로 산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당첨금은 당연히 A양에게 지급되었다.

 

나는 그 뉴스를 들으면서 과연 그녀가 회사동료와 친구들을 외면한 채 당첨금 전액을 챙겼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물론 그 이후의 일에 대해서는 들은 적이 없지만.

 

어떤 사람은 '당첨된 사실을 밝히지 않았으면 그런 소동도 없었을 테고, 마음 고생을 하지도 않았을 텐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런 사람은 아직도 돈을 부르는 사고방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행동했다면 그 순간은 간신히 모면했을지 몰라도 언젠가는 탄로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엄창난 소동과 혼란이 일어났으리라.

A양의 경우 약간의 해프닝이 있기는 했지만 그 자리에서 솔직히 밝혔기 때문에 큰 문제없이 마무리 될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그녀의 당첨금은 모두 나누어 가졌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적어도 회사 사람들과 멋진 회식 정도는 하지 않았겠는가. 주위 사람들도 그녀의 접대에 충분히 만족하면서 감사와 축하의 인사를 주고받았으리라고 믿는다.

 

만약 이런 발상에 대해 '왜 내가 당첨된 돈을 주위 사람들과 나누어야 하는 거지?'하고 발끔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는 더 이상의 행운이 없다고 봐야한다. 엄청난 돈이 수중에 들어와서 좋기는 하겠지만 돌변해버린 그 사람 곁에 누가 남아있겠는가. 그뿐 아니라 자신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생활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반대로 "제가 여러분을 대신해서 복권을 사러가지 않았다면 이런 행운도 없었을 겁니다.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돈도 얻고, 사람들에게 인정도 받는 일석이조의 행운을 누리리라.

사람들과 멋진 식사를 하고 짧은 여행을 다니며 약간의 돈을 썼다고 한들 그것이 아까울 이유가 어디 있는가. 그 돈은 애초부터 자신에게 없었던 돈이거늘...

 

'이 돈은 미리 들어오기로 예정되어 있던 돈이 아니라, 느닷없이 굴러 들어온 행운'이라는 발상이 결국에는 그 사람의 인생 자체를 좌지우지하는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

분명히 자기 몫의 돈인데도 복권을 사러가게 해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가 새로운 운명을 개척하듯이. 마치 당연히 들어올 것이 들어왔을 뿐이라는 식의 가난한 발상은 그 사람을 영원한 가난뱅이로 만든다. 돈은 얻었지만 사람을 잃어야 하는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뜻이다.

갑작스런 횡재에 당황해서 그럴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지만 평상시에도 '모든 분들께 신세를 지고 있으니 언젠가는 꼭 갚아야지'라는 생각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은 이런 상황이 닥쳤을 때 비로소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잘못된 습관하나 때문에 엄청난 비극의 주인공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참조<돈의 철학>(하이파이브, 2005)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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