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엔짜리 동전의 복수
1엔짜리 동전의 복수
  • 아이엠리치
  • 승인 2006.02.0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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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일수록 동전을 소중히 여긴다.
친구들에게서 들은 이야기인데, 1엔짜리 동전 한닢도 소중히 여기는 사장이 한사람 있었다.
어느날 그 사장이 길을 걷다가 갑자기 멈춰 서서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를 보고 "왜 그러십니까?"라고 묻자 그는 "잠깐만, 큰일날 뻔했군. 1엔짜리 동전이 떨어져 있지 뭔가"하면서 동전을 주워 지갑속에 집어넣는 것이 아닌가.
지갑 속에 항상 100만엔 정도의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사장이, 1엔짜리 동전을 보고는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을 한번 상상해보라. 게다가 그는 동전을 지갑 속에 넣으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걱정 말아라. 어서 네 친구들 곁으로 보내줄테니."
이 얼마나 멋들어진 마음 씀씀이인가.
"세상에!1엔짜리 동전은 줍지 않아요. 금액이 좀 크면 모를까"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이 순간부터 생각을 바꾸기 바란다. 1엔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주워야 한다.
나도 동전은 꼭 줍는다. 돈이 떨어져 있는 것을 알면서도 외면한다는 것은 죄다. 돈으로 하여금 한을 품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무런 미련없이 돌아서는 당신의 뒤통수를 보며 1엔 동전은 중얼거릴 것이다. "당신이 나를 무시하다니. 내가 하잘 것 없는 1엔짜리 동전이라서 그러는 거죠. 만엔짜리 지폐였다면 당장 달려왔을 텐데 말예요." 상상만 해도 소름끼치는 일 아닌가.
그것 맞는 말이다. 길에 떨어져 있는 만엔짜리 지폐를 그냥 지나칠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1엔짜리 동전을 줍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물론 1엔을 사용할 일이 많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어머머, 저 사람 1엔짜리 동전을 다 줍네"하는 주변의 시선이 더 싫어서다. 사람들의 그런 태도 때문에 동전은 오기가 생겨서, 그 현장을 그냥 지나친 사람에게는 반드시 그에 따른 복수를 한다. 복수라는 말이 다소 으스스하기는 하지만 쉬운 예로 단돈 1엔이 모자라서 만엔짜리 지폐를 바꿔야 한다거나. 1엔이 부족해서 정작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럴 때면 어디선가 "그것 봐. 나를 무시하니까 그런 꼴을 당하지"하는 1엔의 목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1억엔에서 단돈 1엔만 모자라도 그것은 1억엔이 아니다. 그만큼 1엔은 중요하다. 게다가 돈이라는 것은 1엔이 쌓이고 쌓여서 천엔이 되고 만엔도 되는 것이다. 기초 공사가 튼튼하지 못하면 아무리 멋진 집을 짓고 싶어도 그림의 떡이듯, 1엔을 우습게 아는 사람은 아무리 부자가 되고 싶어도 한낱 꿈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1엔짜리 동전이 떨어져 있다면 사람들이 보든 말든 주워라. 남녀차별이니 인종차별에 대해서는 침을 튀기며 반대하면서, 왜 돈에 대한 차별은 왜 당연시 하는 것일까.

참조<돈의 철학>(하이파이브, 2005)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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