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유치원에 `맷돌`이 필요한 이유
독일 유치원에 `맷돌`이 필요한 이유
  • 북데일리
  • 승인 2006.02.0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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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전 독일로 유아교육 실습을 다녀 온 서울 별나라 어린이집 윤선영 원장은 튀빙엔의 한 유치원에서 몇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유치원에서 맷돌을 본 것이다. 실제 밀가루를 만드는 맷돌은 아이들이 자유놀이 때 언제든지 밀과 같은 곡식을 갈 수 있고 또 그것은 빵을 만드는데 사용되고 있었다. 소꿉놀이를 할때는 어린이용 작은 강판이 있어 마른 과일이나 씨를 갈아 음식으로 만들기도 하며 도마, 냄비, 절구와 체 등의 생활도구도 아이들에게 맞게 작게 만들어져 있었다.

교사들의 교육법의 경우도 독특했다. 한 아이가 휘파람을 불면서 소음을 내자 "이제 새를 교실 밖으로 날려보내지 않겠니"라고 제안하는 방법은 기본.

장난감을 가지고 서로 놀겠다고 싸우는 아이들에게 "먼저 놀기 시작한 아이가 다 놀 때까지 기다리자"고 하자 `얼마나 기다려야 되냐`는 아이의 질문에 "요만큼"하면서 새끼손가락의 한 마디를 가리키는 방법과 더욱 인상깊었던 것은 그 말을 들은 아이가 안심을 하고 만족스럽게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단다.

윤선영 원장은 "새를 비유하여 제안하고 시간관념이 아직 서지 않았고 보이지 않는 시간을 시각화하여 그림적으로 반응하는 교사의 기술은 숙련된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도 해 보았다"고 현지실습에서 느꼈던 소감을 밝혔다.

윤 원장이 방문한 곳은 바로 독일의 대안교육이라 일컬어지는 `발도르프 학교`의 유치원.

1919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발도르프 아스토리아 담배공장 노동자의 자녀들을 위해 처음 시작된 발도르프 교육은 아름다움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유아와 어린이들의 발달단계에 맞춰 모든 교육을 예술적으로 접근하는 시도로, 인간의 `영적인 성장`까지 고려한 대안교육으로 불린다. 그 교육적 성과에 힘입어 전세계적으로 보급된 교육시스템은 전 세계 900여 개 학교, 1,700개 유치원, 60여 교사 양성기관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교과서와 성적표없이 한 학년에 한 학급, 전 교과목을 한 선생님이 책임지는 교육시스템을 바탕으로 유치원을 비롯해 초중등 과정을 거치며 창의력과 독창적인 사고를 키워 나간다. 4년제 일반 대학 진학률은 80%에 육박하는 발도르프 교육은 이미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발도르프 학교의 철학과 교과과정을 자세히 소개한 책 <아이들이 꿈꾸는 학교>(양철북. 2006)는 학생들의 일상생활을 상세하게 담고 있다.

공동 저자인 영국 발도로프 교사 크리스토퍼 클라우더와 마틴 로슨에 따르면 유치원 과정은 윤선영 원장이 직접 본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유치원의 하루는 집안일, 빵굽기와 설거지부터 마당쓸기, 낙엽줍기 등 집에서 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손놀림이 성장기 어린이들의 두뇌발달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근거로 간단한 뜨개질을 비롯 수놓기와 바느질, 목공예 시간을 즐기면서 창의적인 놀이에 중점을 둔다.

"내게 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있다면 발도르프 학교에 보내겠다"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솔 벨로의 `추천`이 아니더라도, 책은 새로운 차세대 대안교육의 하나로서 발도르프 교육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를 권하고 있다.

[북데일리 박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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