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공감이란 다른 사람의 상황이나 기분을 같이 느낄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우리 사회의 통념은 공감을 타고난 능력쯤으로 생각하지만,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는 “공감은 타고나는 성품 아니라 배우는 것”이라 말한다.
공감을 ‘정서적 공감’과 ‘인지적 공감’으로 나눈다면 그 비율은 2:8 정도로 공감 또한 인지적 노력이 필수요소라고 생각해서다. 정서적 공감은 타인의 고통에 대한 높은 감수성과 결합된 성숙한 공감력을 뜻한다. 공감을 타고난 성품이라 여기고 배움을 게을리하면 누구나 2차 가해자가 될 수 있다.
가령 자식을 잃은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 “생각보다 얼굴이 밝구나. 이젠 많이 괜찮아졌나 보다”라며 인사를 건네는 행위는 아무리 악의가 없더라도 2차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발언이다.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이 아이를 잃고도 잘 살아가는 ‘차가운 엄마, 엄마 같지 않은 엄마’로 보이면 어떡하나 두려움과 함께 자신에 대해 죄책감을 더 느낄 수 있어서다. <당신이 옳다>(해냄출판사.2018)에 실린 내용이다. 공감이라는 표피를 둘러쓰고 2차 가해자 역할은 한 적이 없는지 자문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공감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만약 누군가 자기 속마음을 꺼낸다면, 상대의 상황을 구석구석 잘 볼 수 있도록 거울처럼 비춰주라고 말한다. 예컨대 어려서부터 혼자 신장투석을 해온 남자의 내면 상처에 공감하고 싶다면 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면서 “힘들었겠다”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 공감적인 단어지만 공감받았다는 느낌을 줄 수 없다. 자세히 모르는 사람이 던진 말은 정서적 파장을 만들지 못해서다.
잘 모른다면 우선 찬찬히 조심스럽게 묻는 게 좋다. “내가 자세히 몰라 너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까 봐 물어보는 건데...”라는 단서를 달고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고 존중하고자 하는 기본적인 태도를 갖추고 질문하면 된다.
저자는 ‘다정한 시선으로 사람의 내면을 한 조각, 한 조각 보다가 점차로 그 마음의 전체 모습이 보이면서 도달하는 깊은 이해의 단계가 공감’이라 전한다. 상대를 더 많이 이해할수록 공감은 깊어진다며 공감은 누구나 배우고 익힐 수 있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