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가 말하는 인생이란...
마광수가 말하는 인생이란...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01.31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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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인간의 욕망을 보여주다

 [북데일리] 언제부터인지 마광수의 소설은 무조건 야하다는 편견이 있다. 혹자는 외설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그가 소설을 통해 세상에 전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별것도 아닌 인생이>(책읽는 귀족. 2012)는 1999년 11월부터 2000년 9월까지 문화일보에 연재했던 것으로 로라라는 여자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을 등장시켜 그들의 일상을 들려주는 이야기다.

 소설은 시인이자 미술 평론가인 화자 ‘나’ 가 로라에 대해 설명하면서 시작한다. 로라는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잠깐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지만 결혼을 하면서 은퇴했다. 인도네시아의 갑부와 결혼한 로라는 한국에서 화랑을 내면서 나와 만난다. 화려한 로라는 나를 비롯해 주변 남자들 사이에 대단한 존재다. 로라가 어울리는 사람들은 작가, 평론가, 의사, 화가 등 예술에 관련된 이들이 많다. 그들은 예술적 교류가 아니라 그저 로라의 부와 육체적 매력에 빠진 이들이다. 거침없이 서로를 탐하고 음란한 관계를 맺는다. 때문에 다소 불편한 글이다.

 ‘각자가 갖고 있는 생명의 원동력이 관능적 상상력을 동원하는 치열한 전투 속에서 조금씩 소진되어 갈 때, 인간은 자학적 희열을 맛본다. 그리고 그러한 전투행위가 끝난 후 관능적 상상력이 환상과는 다른 밋밋한 형상으로 본모습을 드러낼 때, 인간은 짙은 패배감과 더불어 허무감을 경험하곤 한다. 이 역시 전쟁과 성의 공통적 속성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233쪽

 소설의 인물들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간다. 그 선두이자 중심에 로라가 있다. 로라는 자신의 경제력을 그들에게 맘껏 투자한다. 로라가 외국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녀는 항상 자유롭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남자들은 그녀를 갈망한다. 화자인 나 역시 그렇다. 그러나 로라를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

 ‘인간의 삶이란 그저 그날그날을 때워나가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럴 경우 우리의 지친 삶을 달래줄 수 있는 ‘놀이’는 그래도 ‘사랑’뿐일 것이다. 그런데 사랑을 ‘놀이’로 즐기지 못하고 ‘결혼’이라는 굴레와 연관시켜 생각하곤 하는 게 바로 한국의 ‘보통 사람들’이다.’ 55쪽

 소설은 어떤 목적이나 주제 없이 마냥 흘러간다. 어쩌면 그것이 이 소설이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인지도 모른다. 인생이라는 게 원하는 대로 살아지는 게 아니므로. 때문에 마광수는 그저 사랑은 사랑으로, 예술은 예술로 그냥 받아들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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