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넝쿨져 자라는 우리네 삶 `다 콩이야`
자연과 넝쿨져 자라는 우리네 삶 `다 콩이야`
  • 북데일리
  • 승인 2006.01.2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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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은 콩 민족이야. 봄이 되면 산천 곳곳에 콩을 심지. 저 혼자 자라는 콩도 많단다. 무슨 콩이냐고? 푸르스름한 녹두, 푸릇푸릇한 완두, 조랑조랑 땅콩, 새까만 서리태, 알록달록 강남콩, 노릇노릇 콩나물콩, 올망졸망 쥐눈이콩, 불그죽죽 팥, 삐죽삐죽 까치콩, 둥글둥글 메주콩 …. 하, 읽기만 해도 숨차지? 그렇게 우리 땅에서 자라는 콩은 한도 끝도 없단다.”

`푸르스름` `푸릇푸릇` `조랑조랑` `알록달록` `노릇노릇` `올망졸망` `불그죽죽` `삐쭉삐쭉`... 듣기만 해도 우리말의 정겨움이 절로 묻어나는 콩할머니의 `콩 이야기`는 우리 땅에서 나온 짧은 가락과 장단과 어울려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말이란 우리 땅에서 나, 우리 소리로 노래가 되고, 흙에서 난 자연은 우리 삶을 에둘러 생활의 터전을 만든다. 그래서인지 우리 옛 고향의 모습과 현재 우리 아이들이 몰랐던 자연에 대한 소소한 알림과 일상을 담은 그림책 <다 콩이야>(보리. 2005)는 자연에 대한 소중함과 무심코 지나친 우리 자연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산 좋고 물 맑은 시골에 콩 할머니가 살았어...`로 시작하는 책은 자연과 넝쿨져 자라는 우리 콩의 한살이를 오롯이 담아낸다. 비단 그 소리만이 아니다. 흙내음 나는 정겨운 그림들은 이어질듯 이어지지 않은 듯 산과 나무, 집, 소, 닭 등 우리 고향의 모습을 그려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할머니, 그게 뭐예요?” “콩이다.” “다 콩이에요?” “밥에 넣는 밥밑콩, 메주 쑤는 메주콩, 콩나물 내는 나물콩, 검다고 검정콩, 푸르다고 푸른 콩, 누렇다고 누런콩, 네 눈 같은 쥐눈이콩, 다 콩이다.”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은 한장 한장을 더 소중하게 만드는 밑그림으로, 계절의 흐름에 따라 나고 자라 거두고 나누어지는 콩의 모습이 정겹다. 늘 우리 곁에 있지만, 가까이 있기에 그 소중함을 발견하지 못했던 모습으로부터 빛나는 나눔의 미학과 변치않는 대지의 순환 그리고 한해 농사에서 나오는 땀의 소중함까지 더해 몇 번이고 그 빛을 발한다.

이 `모든 하나`는 자연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사소한 하나`라도 모두 한 계절에 같이 태어나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과정을 거듭해 생명의 순환 과정을 보여준다.

작지만 우리네 자연을 닮은 콩의 한살이는 목표와 경쟁만이 거듭하는 가쁜 이 세상에서 흙내음를 맡을 수 있고 느림의 미학을 배우면서 콩 이야기를 더 깊고 풍요롭게 만든다. 콩 뿐이 아닌 일상의 자연과 더불어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좀 더 따뜻하고 깊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이 심어지길 바람을 동시에 키울수 있는 그런...

(그림 = 출처 어린이 백화점 인터나루 www.internaru.com) [북데일리 이주연 객원기자]white_youn@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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