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아름다운 풍경
삶이라는 아름다운 풍경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01.23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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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중요한 사람

 [북데일리] 삶은 경이롭다. 기이할 정도로 불행한 일들이 발생하고 회복되기도 한다. 한데 그 경이로움은 나를 제외하고 일어날 가 많아 절망스럽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은 소망을 갖는다. 빌헬름 게나치노의 <이날을 위한 우산>(2010.문학동네) 속 인물들도 그렇다.

 소설의 화자인 ‘나’는 마흔 여섯 살의 남자로 수제화 테스터다. 과거에는 인터뷰 진행자로 활동했고 신문에 글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구두 테스터로 받는 비용이 긴축재정이라는 이유로 줄어들고 일자리를 잃을 위기며, 진정 사랑하는 연인 리자는 약간의 생활비를 남기고 떠났다.

 그가 하는 일은 그저 구두를 신고 거리를 걸으며 이웃을 관찰하는 일이다. 같은 시각에 만나는, 같은 행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 옛 친구나 동료가 전부다. 거리를 청소하는 내외, 말의 털을 빗질하는 여자, 베란다에 빨래를 너는 노무자의 아내나, 유모차에서 잠든 아이를 보며 행복해하는 부모들도 있다.

 그와 마주하는 그들도 역시나 유명했던 과거 이력을 지녔을 뿐이다. 그들은 모두 새로운 삶을 꿈꾼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오랜 친구 수잔네는 여전히 연극 무대를, 한때 사진작가였던 힘멜스바흐는 재기를 원한다. 그러니까 그들은 모두 현재 자신의 삶이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이다. 수잔네의 말처럼 말이다.

 ‘대중의 고통은 말이야, 수잔네는 말한다(그녀가 정말로 대중의 고통이라는 말을 쓰다니 놀랍다),불쌍하기 그지없는 그들 모두가 일생 동안 중요한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는 사실에 기인해, 이해하겠어?’ 78쪽

 정말 중요한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 고통스러울까? 어쩌면 그런 생각으로 위안을 받고 싶은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우리와 인연을 맺는 사람이 모두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는 것이다.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 누구와 마주하게 될지 모르니까.

 ‘난 실패 속에서 계속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한동안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그리고 어떻게 거기서 벗어날 것인지 알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삶을 계속 이어간다.’ 158쪽

 우리는 어제를 살고 오늘을 산다. 그러니까 내일을 살 수는 없다는 말이다. 과거의 화려한 시절에 발을 담그고 살기도 할 것이다. 때로 넘어진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하기도 할 것이다. 넘어졌기에 다시 일어나 걸을 수 있고 뛸 수 있다는 걸 모른다. 앉은 자리에서 보이는 풍경의 경이로움을 발견하기 전까지 말이다. 이 소설은 그런 멋진 풍경을 선물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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