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은 틀린 말? '밑금'이 맞다?
'밑줄'은 틀린 말? '밑금'이 맞다?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3.01.11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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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토박이말을 골라 풀이한 가치 있는 책

[북데일리] 우리가 사용하는 말, 얼마나 알고 쓸까. 일 년이면 수십 개의 신조어가 탄생한다. 그것이 당장은 표준국어에 오르지 않은 말일지라도 길고 오래 사용하다보면 언젠가 보편화되기 마련이다. 어찌 보면 자연과 사회의 만상이 바뀌듯이 말이 바뀌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나 이것에도 나름의 올바른 길이 있다.

<우리말은 서럽다>(휴머니스트.2012)는 우리말을 업신여기다 못해 사장시키고 있는 토박이 말의 올바른 속뜻과 쓰임을 알려준다. 책에 실린 낱말 80여 개는 저자가 한겨레신문에 연재했던 ‘말뜻말맛’에 실었던 글을 깁고 더한 것이다. 예컨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줄’이라는 단어를 보자.

책에 따르면 지난 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국어 시험지에 “다음 밑금 그은 문장에서 맞춤법이 틀린 낱말을 찾아 고치시오.”에서와 같이 ‘밑금’이라는 낱말을 사용했다. 그런데 1960년대를 넘어서면서 ‘밑금’은 사라지고 “다음 밑줄 친 문장에서 맞춤법이 틀린 낱말을 찾아 고치시오.”와 같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게 왜 문제가 되는 걸까. 아무래도 ‘밑줄’이 편한 세대에게는 ‘밑금’이라는 낱말은 왠지 남의 옷을 입은 기분이다. 책은 이에 대해 ‘도대체 시험지에다 무슨 재주로 ‘줄’을 친다는 말이냐’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 까닭은 다음과 같다.

본래 ‘금’은 시험지나 나무판같이 바탕이 반반한 바닥 또는 바위나 그릇같이 울퉁불퉁하지만 겉이 반반한 바닥에 만들어진 자국을 뜻한다. 이때 자국이란 점들로 이어져 가늘게 나타난 자국을 ‘금’이라 한다. 여기에서 난 말이 ‘금을 긋다’, ‘금이 가다’ 등이고 ‘그리다’와 ‘그림’과 ‘글’도 본디 뿌리는 ‘긋다’에 있다.

이에 반해 ‘줄’은 손으로 잡을 수 있는 이른바 입체로 이루어진 기다란 물건이다. 그 쓰임새에 따라 ‘빨랫줄, 전깃줄, 광댓줄’ 따위로 부르고, ‘새끼줄, 동아줄, 거미줄’도 이에 해당한다. 줄의 의미는 여러 가지인데 ‘끈’이나 ‘띠’도 있고 때로는 바닥에 죽 늘어서 있는 것도 ‘줄’이라 한다.

이러다보니 ‘금’의 자리를 ‘줄’이 차지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평면의 종이 위에 글자를 나란히 줄지어 인쇄한다 하더라도 이것은 줄을 ‘친다’라 하는 동사를 사용하지 않고 ‘짓다’를 사용하다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이어 창피하다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쪽팔린다’의 ‘쪽’에 대한 속뜻과 확장된 의미도 설명했다. 저자는 누가 맨처음 그랬는지 모르지만 아주 재미있는 말이라고 말했다. ‘쪽’이 ‘얼굴’을 뜻하고 ‘팔린다’가 ‘남의 손으로 넘어가 버린다’는 것과 결합해 ‘제 얼굴이 남의 손으로 넘어가 버려서 어찌해 볼 길이 없다’는 뜻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얼굴을 못 든다’거나 ‘낯 깎인다’ 혹은 ‘낯 뜨겁다’라는 기존의 말에 ‘쪽팔린다’는 말이 나와 우리말 쓰임새를 더욱 푸짐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책은 이처럼 우리말과 글에 숨은 뜻과 쓰임을 밝혀 올바른 사용과 우리말 살리기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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