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 박영석 `북극의 별을 따다`
아름다운 사람, 박영석 `북극의 별을 따다`
  • 북데일리
  • 승인 2005.07.13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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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역사에 ‘세계 최초’라는 기록을 남긴 박영석 대장의 모습을 보며 불가능에 도전하는 인간의 모습이 눈물겹게 아름답다는 것을 느꼈다.”

10일 방영된 SBS TV ‘SBS 스페셜’ ‘그랜드 슬램 대탐험-걸어서 지구 끝까지’에는 세계 최초로 산악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박영석 대장의 북극점 탐험기가 방영돼, 시청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산악 그랜드슬램은 8,000m 이상의 히말라야 봉우리 14좌와 세계 7대륙 최고봉 완등, 3극지인 에베레스트, 남극점, 북극점을 모두 정복하는 위업으로 세계의 철인 라이홀트 메스너도 북극점 도전에 3번이나 실패해 결국 산악 그랜드슬램의 꿈을 접어야 했다.

이날 방송에는 지구의 끝, 북극점을 향해 얼음바다를 뚫고 나아가는 박영석 대장과 대원들의 사투가 그려졌다. 횡단 거리만 1,500km, 서울에서 부산까지 두 번 반을 왕복하고도 남는 거리다. 맨몸으로 걷기에도 힘든 거리지만 이들은 돌산처럼 울퉁불퉁한 난빙 지대를 뚫고, 110kg에 이르는 썰매를 온몸으로 끌고 전진해야 했다. “북극점을 그냥 내주지 않는다”는 박영석 대장의 말은 북극점 정복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었다.

54일 간의 혹독한 시간 속에서 이들은 시속 15m의 블리자드가 엄습해 시계가 불과 2m에 불과한 눈보라 속을 걸어야만 했고, 얼음판 위에 진을 친 야영 텐트가 그 자리에서 10km가 떠밀려 내려가는 일도 벌어졌다. 죽음의 시간을 떨쳐내고 불가능에 도전하는 이들의 모습이 무모해 보일 정도였다.

“인간다운 식사는 이게 마지막”이라며 박영석 대장이 첫 북극 원정을 시작한 지 54일 째, 드디어 북위 90도 북극점에 도달한 그의 모습은 인간의 의지와 도전의 끝을 보여주었다.

지구 위에서 보면 점 하나에 불과한 북위점에 도달하기 바로 전, 박영석 대장은 “이제 100m 남았다. 내 발로 직접 북극점을 밟고 싶다”며 발에서 스키를 걷어냈다. 그는 나침반을 보며 한발 한발 힘겹게 내딛었고, 한국 시간으로 2005년 5월 1일 4시 45분, 마침내 북위 90도, 북극점에 도달했다. 박영석 대장이 세계 최초로 산악인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방송의 백미는 박영석 대장이 하얀 눈이 딱딱한 처녀지 북극점에 키스 세례를 퍼붓고 “북극의 별을 땄어! 북극의 별을 땄어!”라며 센 목소리로 울먹이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은 시청자들의 가슴마저 뛰게 했다. “우리 민족의 기상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한 편의 대서사시였다.”, “인간에겐 불가능이란 말이 있는지…”라며 세계 탐험사의 역사를 새롭게 쓴 박영석 대장의 탐험기를 통해 진한 감동과 민족의 자긍심을 느꼈다고 시청자들은 전했다.

이날 1시간 동안 방영된 54일간의 혹독한 여정이 못내 아쉬운 시청자는 세계 최초로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박영석 대장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산악인 박영석 대장의 끝없는 도전’(2003. 김영사)을 통해 산악인 박영석의 산과 사람, 그리고 그의 인생 이야기를 좀 더 내밀하게 만나 볼 수 있다.

책에 따르면, 그는 고등학교 2학년 재학 시절 우연히 한 대학 산악부의 `마나슬루 등정` 환영 퍼레이드를 본 뒤, 산악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이후 그는 오로지 산을 오르기 위해 자신의 온 삶을 바쳤다. 1993년 아시아 최초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으로 세계무대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2001년 8월, 모든 산악인의 목표인 히말라야 14좌 세계 최단 기간 등정의 쾌거를 이뤄냈다.

그랜드 슬램이라는 위대한 기록을 남긴 산악인 박영석에게도 실패는 있었다. 히말라야만 40여 회 등정 시도, 그 가운데 31회가 8,000미터급 봉우리였다. 성공 횟수는 불과 18회. 여러 번의 실패가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기에 오늘의 박영석을 있게 한 것이다.

수많은 설산과 설원의 풍경들이 아름답게 보이지만, 실상 죽음의 땅에서 사투를 벌인 산악인 박영석. 그가 불가능에 도전하면서 느낀 삶과 죽음에 대한 체험과 깨달음, 나아가 자신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고 희생하는 `진짜 사나이` 박영석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큰 절망과 시련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건네준다. (사진 = SBS 제공)
[북데일리 백민호 기자] mino1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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