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많은 모녀의 도쿄 방문기
사연 많은 모녀의 도쿄 방문기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3.01.08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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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변화 극명한 사춘기 딸과 좌충우돌 여행

[북데일리] <길치모녀 도쿄헤매 記>(사월의책.2013)는 저자가 열여덟 살 딸과 함께 도쿄로 떠난 1주일의 기록을 한 권으로 엮어낸 책이다.

10대 청소년들이 겪게 되는 사춘기 때의 감정변화는 심하게 말하면 조울증과 비슷하다. 특히 부모의 입장에서 이들의 비위를 맞추기란 여간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까칠한 고등학생 딸과 1주일 동안 해외여행을 간다면 어떨까. 상상하는 것처럼 녹록한 일은 아닐 터이다.

저자는 하루에도 수십 번 오르락내리락 반복하는 엘리베이터 같은 딸과 함께 도쿄로 떠났다. 출발 전부터 투닥거리는 이 모녀 잘 떠날 수 있을까. 아니나 다를까 하데나공항에 도착하면서부터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공항에서 숙소인 호텔까지 이동할 리무진 버스표가 감쪽같이 없어진 것이다. 한 시간에 한 대 꼴로 있는 버스는 몇 분후 도착 예정이었다. 딸은 비싼 걸 다시 살 수 없다고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고 줄은 점점 길어졌다. 결국 급박하게 차표를 새로 사오고 버스에 올랐지만 딸아이는 썩은 표정 그대로 눈을 감아버린다.

보지 않아도 눈에 그려지는 풍경이다. 한창 날선 감정이 펄떡거리며 살아있을 아이의 마음이 오죽 속상했을까. 누구의 부주의로 표를 잃어버렸던 간에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모녀의 여행이 염려스럽다.

그들은 일본의 홍대, 혹은 삼청동으로 불리는 다이칸야마로 향했다. 이미 한바탕 마음이 상한 딸을 데리고 나선 길인데 그만 일정표를 숙소에 두고 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저자는 일정표를 두고 왔다는 사실에 점점 표정이 사라져가는 청소년을 곁눈질하며 태연한척 길안내를 했다고 소회했다. 눈치 보는 엄마의 모습이 그려져 웃음이 나오는 대목이다.

모녀는 도쿄의 명소를 돌며 함께이지만 서로 다른 여행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일주일이라는 짧은 여행을 한 권의 책으로 풀어낼 만큼이라면 나름 의미 있는 여행이 아니었을까. 저자는 이 책의 집필 의도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이 책은 가이드북이 아니다. (중략) 이 책은 도쿄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길치님들을 위해 썼다. 그리고 청소년 자녀와 여행을 떠날 계획이 있는 부모님들께는 그들의 심리를 읽는 데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프롤로그 중

작가가 이런 말을 한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절대 같이 여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서로 치를 떨기도 했지만, “엄마, 우리 또 여행 가면 좋겠다”며 슬며시 말하는 딸의 마음이 서려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모녀란 쉽게 정의내리기 어려운 관계다. 책 곳곳에 좌충우돌 모녀의 소소한 감성들이 살아있다.

<무라카미 라디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카모메 식당> 등을 일본문학 번역가로 유명한 작가의 내공이 곳곳에 서려 있어 경쾌하게 읽어낼 수 있는 책이다. 딸의 입장에서 이 여행을 기록했다면 또 다른 재미가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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