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행복, 무지개를 좇는 삶
꿈과 행복, 무지개를 좇는 삶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01.07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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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하고 쓸쓸한 우리네 모습

 

[북데일리] 아릿한 느낌을 전하는 표지의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2012. 여성신문사). 이 중심엔 무지개가 있다. 그건 당장 잡을 수 없는 꿈이자, 죽음이며, 행복이다.

 표제작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는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소재로 일흔이 넘은 정명희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다. 지나온 삶에 언제나 죽음이 있었다. 부모님과 남편처럼 가까운 이의 죽음만이 아니라, 곳곳에 죽음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녀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을 준비해야 하지만 선뜻 받아들일 수 없다. 그녀와 다르게 자신의 말 벗 친구로 방문하는 하 여사는 죽음을 공부한다.

 “할머니…… 이번에 제가요. 사생체험연구소에 다녀왔거든요.(중략) 빈소 뒤에 있는 목관에 들어가 누웠더니 손과 발을 꽁꽁 묶고 안대를 씌우는데 저절로 눈물이 흘렀어요. 관 두껑이 닫히고 못 박는 소리가 요란했어요. 그런데요, 관 속에 누워 있으니 너무 편한 거예요. 아, 휴식이란 이런 거구나,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요즘은 어떻게 사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지요. 말하자면 죽음도 연습을 하는 거예요. 사실 그동안 죽음은 우리에게 금기 단어였잖아요. ”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125~126쪽)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은행나무 그늘」에서도 등장한다. 결핵을 앓고 있는 남편을 대신해 가장 역할을 하는 주인공에게 삶은 고단함의 연속이었다. 자식들이 장성하여 도움을 주었지만 받고 싶지 않았다. 남편과 단 둘이 살 공간이면 충분했다. 철로 옆 은행나무가 있는 낡은 집에 이사를 온 나는 곧 맞이할 남편의 죽음과 사소한 은행 열매를 두고 치열하게 다투는 골목 여자들의 모습에서 생생한 삶을 본다.

 그런가 하면 도시의 편안한 삶을 버리고 고향을 선택했지만 바로 후회하는 남편과 달리 그곳에서 당당하게 홀로 서려는 아내의 다짐을 담은「사름하기 」,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북한을 떠나 한국을 선택한 두 남자가 낯선 환경에 정착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야기「두 남자」, 등에 혹이 있던 아버지에게 벗어나고자 이민을 선택한 여자가 사막 여행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는 「솔롱고스」는 변화하는 삶에 대한 갈망을 만날 수 있다.

 ‘삶이 일련의 선택의 연속임을 남자는 조국을 버리면서 알게 되었다. 버리든지 가지든지, 이 길로 가든지 저 길로 가든지, 어떤 상황에서건 결국 한 가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한계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죽든지 살든지로 귀결이 되고 죽어도 좋다는 쪽을 선택하고 나면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길이 열리다는 것을, 그런 선택의 과정에서는 어떤 계산보다 본능적인 직관에 따르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을…….’ (「두 남자」, 43쪽)

 ‘무지개의 나라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서 있는 이 자리가 바로 무지개 속이며 이 순간 나는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내 역할을 스스로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그때 자유의지로 행동할 수 있는 내 업장의 끈이 보였다. 끈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솔롱고스」, 190~191쪽)

 차분하다 못해 슬프기까지 한 9개의 짧은 이야기 속에 무지개를 잡으려고 발버둥치는 이들이 있다. 누군가에게 무지개는 자유이며, 누군가에게는 고향이며, 누군가에게는 경제적 부유함이며, 누군가에게는 평안이다. 그것은 변화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기존의 것은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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