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쪽같이 사라진 유모차는 어디에?
감쪽같이 사라진 유모차는 어디에?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01.07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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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공포를 탁월하게 포착한 소설

 

[북데일리] 공포는 언제나 존재한다. 다만, 인식하지 않고 살아갈 뿐이다. 그러니까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열쇠 없는 꿈을 꾸다>(2012. 문학사상)은 평범한 일상 속 공포를 담았다.

 5편 중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세리바 대학의 꿈과 살인」과 「기미모토 가의 유괴」다. 「세리바 대학의 꿈과 살인」은 공학부 디자인학과에 다니는 대학교 2학년인 미쿠가 유다이와 사귀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다. 미쿠는 그림을 그리는 일을 꿈꾸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인정하다. 반면, 유다이는 의사라는 꿈을 핑계로 졸업을 하지 못한다. 교사가 된 미쿠는 유다이와의 관계에 대해 고민한다.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고 허황된 꿈을 꾸며 점점 비뚤어진 유다이와 그에 대한 사랑을 버리지 못하는 미쿠의 모습은 다르지 않았다.

 ‘꿈을 꾼다는 것은 아무 조건 없이 정의를 믿을 수 있는 이에게만 허락된 특권이다. 의심 없이, 정의를 믿는 일. 그 정의를 자신에게 강요하는 일이다. 그것은 수조 속에서만 살 수 있는 관상어 같은 삶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깨끗한 물을 바랄 수 없다. 이제부터 손에 넣을 물은 분명 조금이라고 진흙이 섞여 있을 것 같았다. 숨이 막혀도, 나는 그 물을 마시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세리바 대학의 꿈과 살인」, 203쪽)

「기미모토 가의 유괴」는 첫 아이를 낳고 느끼는 육아의 두려움과 불안을 사실적으로 그려 낸 이야기다. 간절하게 바랐던 아이가 태어난 후 요시에는 육아로 인해 지친다. 삶의 우선권은 아이에게 있었고 유모차를 병행하지 않고는 어떤 외출도 허락되지 않았다. 그러다 쇼핑몰에서 감쪽같이 유모차가 사라진 것이다. 아이를 찾지 못할 것 같은 공포와 죄책감이 혼자 외출했다는 사실조차 잊게 만든 것이다.

 충동적으로 물건을 훔치는 어머니를 둔 딸과 그를 바라보는 시선을 다룬 「니시노 마을의 도둑」, 자신의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결혼 적령기를 놓친 여성의 복잡한 내면을 그린 「쓰와부키 미나미 지구의 방화」, 친구들 사이에 묘하게 자리 잡은 치기어린 질투와 시기심으로 사랑에 대해 엇나가는 선택을 하는 「미야다니 단지의 도망자」에는 모두 실현될 수 없는 꿈이 있었다.

 한 번쯤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꿈을 잘 담아냈다. 소설 속 여성들은 모두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는 누군가의 딸이자 엄마였다. 그들이 바란 행복은 대단한 것들이 아닌 작고 사소한 것들이었고 우리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욕망이 더욱 간절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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