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 문명사`로 찾는 `런던테러의 기원`
`대서양 문명사`로 찾는 `런던테러의 기원`
  • 북데일리
  • 승인 2005.07.12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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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여제`로 불리던 영국 전 수상 마거릿 대처는 `범(凡)대서양주의=앵글로색슨주의=영미동맹주의`가 국제적 표준이 된 지 오래임을 확신한 바 있다.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에 `로마제국 속의 그리스`같은 존재가 되기를 갈망했던 영국은 부시의 테러전쟁에서도 영미동맹주의를 과시했다.

한신대 국제관계학과 김명섭 교수의 `대서양 문명사`(2001. 한길사)는 `에게해→지중해→대서양→태평양→오대양`으로 무대를 옮기면서 `보편적 표준(standard)=국제적 헤게모니(Hegemony)`쟁탈전을 벌인 서구 기독교 문명사를 분석한다. 지은이가 보기에 대서양문명사는 `세계적 표준의 상징`이며 `보편성의 신화를 창조하고 그것에 기초해 발전한 역사`임이 분명하다.

부제목인 `팽창-침탈-헤게모니`가 암시하듯 서유럽이 `지배서사의 담당자(master-narrator)`가 된 후 여타지역은 식민의 역사를 갖게 된다. 유럽이라는 특수를 보편으로 승화시켜 보편과 동일시함으로써 대서양을 중심으로, 비서구 세계를 주변으로 전락시켜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서양 주도권 쟁탈전은 오스만 투르크(터키의 전신)에서 비롯된다. 이슬람은 630~750년 급속히 팽창,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에스파냐의 이베리아 반도를 석권한다. 하지만 피레네 산맥을 넘자 프랑크군에게 대패(732)하고 레판토 해전(1571)에서도 패해 대서양은 이슬람의 바다가 되지 못한다.

바스코 다 가마(1460~1514)에게 인도 뱃길을 안내했을 만큼 뛰어난 해양기술을 보유했던 이슬람이 대서양에서 패권을 잡지 못했던 까닭은 무얼까. 지은이는 이슬람이 육지팽창론을 지향했고 예루살렘과 메카를 세계의 지리적 표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슬람적 표준의 확장과 좌절을 다룬 후 `대서양의 주세력국의 변천사(포르투갈-스페인-네덜란드-프랑스-영국-미국)`로 대서양문명 부침과정을 추적한다.

특히 바스코 다 가마의 아프리카 서부연안 대서양 항로는 비단길과 베네치아, 제노바 등 지중해 중심도시들의 몰락을 가속화시켰다. 역으로는 지중해 무역구조의 변방이던 대서양 연안국가의 부흥을 가져왔다. 현재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또한 대서양적 표준의 확장이다.

미국적 표준은 세계를 화려한 다운타운(선진문명지역)-할렘(환경파괴적 개발지역)-휴양지대(환경보존 또는 문화보존적 미개발지역)로 구획화하고 있다.

지은이는 결론적으로 대서양문명의 팽창과정에서 불거진 반민주성을 극복하는 길을 찾고자 한다. 대서양문명 흐름에 함몰되지 않는 `강소국(작지만 강한 국가) 전략`이 바로 한국 같은 나라가 가야 할 길이라고 한다.

2000년 3월 로마 교황청은 `회상과 화해: 교회의 과거범죄`라는 문건을 통해 십자군전쟁, 아메리카 원주민 학살 등 서구 기독교 표준의 이름으로 자행된 여러 잘못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21세기 로마제국(미국)과 로마제국의 그리스(영국 런던)는 아직 <회상과 화해: 앵글로-색슨의 범죄>라는 논문을 쓰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2005년 7월 7일 아침, 런던에 연쇄테러의 연기가 자욱하게 치솟았다. 하늘로 치솟는 그 연기의 메타포는 무엇일까. `앵글로-색슨 표준`을 이제 반성할 때임을 알리는 신의 목소리일까. 아님 말고 아니라 역사에 진실이 있다면 말이다. (그림 = 영국 해양박물관 소장 `레판토 해전`, 살바로드 달리 作 `콜럼버스의 꿈`, 미구엘 루피 作 `바스코 다 가마의 출항` 포르투갈 리스본 소재 `치아도박물관` 소장)

[노만수, 시인-학술평론가] http://blog.naver.com/gawuli/60014252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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