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남자 기구한 운명 `밤이여 나뉘어라`
두남자 기구한 운명 `밤이여 나뉘어라`
  • 북데일리
  • 승인 2006.01.2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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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권영민, 서영은, 윤대녕 등 7명의 심사위원들이 열띤 토론 끝에 2006 이상문학상 대상으로 선정한 정미경의 ‘밤이여 나뉘어라’외 후보작들을 실은 <제30회 이상문학상 작품집>(문학사상사. 2006)이 출간됐다.

김영하, 김경욱, 전경린, 구광본, 윤성희, 함정임 등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최고 작가들이 열띤 경합을 벌였다는 사실만으로도 대상 수상작가에게 눈길이 간다.

정미경은 1960년 마산출신으로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한 후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폭설`, 2001년 `세계의 문학` 소설 부문에 `비소 여인`이 당선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 주목받게 한 작품은 <장밋빛 인생>. 이 작품으로 ‘2002년 제26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튼실한 문장력과 발군의 상상력을 인정받은 작가는 이번 이상문학상 수상 소감을 “반 지하 작업실에서 수상소식을 들었을 때 기쁘기만 했으면 좋겠는데 뭔가 묵직한 덩어리 같은 채무감을 동시에 느꼈다.”고 밝혔다.

작곡가 윤이상씨의 음악극에서 제목을 따온 소설은 천재 의사 P와 그를 동경과, 질투의 시선으로 바라본 화자의 이야기가 평행선처럼 움직인다. 고3때 같은 반이 된 후 의대에 진학하기까지 단 한 번도 P를 앞질러 보지 못했던 화자는 결국 의대를 포기하고 영화감독의 길을 선택한다. 다섯편의 장편영화를 만들고 ‘작가주의’라는 이름까지 달게 된 지금까지 P를 잊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인생에 불가능이란 없었다. 신의 특별한 은총을 받는 자는 주위 삶들로부터 똑같은 분량만큼의 질시를 받게 되어 있지만, P에겐 그를 향한 은총이 당연해 보이도록 하는 재능까지도 함께였다.”(본문 중)

쉬는 시간에 참고서 한번 보지 않았지만 P는 늘 선두였다. 작가의 표현을 빌자면 “집안이 한없이 가난하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그에겐 눈을 씻고 찾아봐도 빈한함의 한조각도 보이지 않던”(본문 중) P. 그는 화자에게 늘 가슴한구석에 맺힌 응어리였다. P가 사는 모습이 궁금했던 또 다른 이유는 아내 M 때문이었다. 화자가 한때 연정을 품었 M와 P의 결혼생활의 실체가 드러나는 소설의 후반부는 인생의 희비곡선이 절묘하게 교차되는 절정을 보여준다.

소설가 은희경은 이 작품에 대해 “소설이 갖춰야 할 여러 가지 덕목을 골고루 갖추었고, 정석대로 밀고 나가는 성실함이 큰 장점으로 여겨졌다. 또한 다양한 문화적 기호와 자료적 지식이 적절히 배치되어 서사를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윤대녕은 “우선 스케일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소설의 구조자체가 그러하고 일견 익숙한 듯 하면서도 형상화 하기 힘든 ‘천재질병화’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인간이라니 과연 어떤 존재일까.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되풀이하게 만드는 작품” 이라고 평가했다.

정씨는 남편 김병종 서울대 미대 교수와 더불어 부부 문필가로도 알려져 있다. 대상작에게 돌아갈 상금은 3천5백만원. 시상식은 오는 11월 문학사상사 주관으로 소월시문학상, 김환태평론문학상 시상과 함께 열릴 예정이다.

[북데일리 정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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