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이 책] 사진부터 범상치 않은 SNS 세계의 셰에라자드 이슬아
[추천! 이 책] 사진부터 범상치 않은 SNS 세계의 셰에라자드 이슬아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8.11.16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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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이슬아 지음 | 이슬아 그림 | 문학동네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띠지에 작가 사진을 내세우는 책은 종종 만날 수 있다. 대개 유명인일 경우 그럴싸한 사진을 박아 넣는다. 그런데 상의가 끈으로 된 민소매뿐이라 덜 갖춰 입은 모양새다. 계절과 맞물려 더 휑한 느낌의 흔치 않은 표지 사진이다. 어쨌든 범상치 않은 사람임이 분명하다.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문학동네.2018) 띠지의 주인공은 ‘SNS 세계의 셰에라자드’라 불리는 이슬아 작가다.

그에게 별칭이 붙은 이유는 SNS로 직접 월 구독자를 모집해 ‘일간 이슬아’를 제작한 제작자이자 작가라서다. 구독자가 월 1만 원이 구독료를 내면 자신의 일상과 소소한 생각을 담은 글 한 편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메일로 보내준다. 한 편에 500원꼴이다. 자신이 직접 생산한 콘텐츠로 이야기를 배달하니 ‘SNS 세계의 셰에라자드’란 별칭이 붙을 법하다.

작가의 이력은 더 특이하다. 책에 따르면 그는 누드모델이었다. 최저임금을 받으며 여러 개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돈이 없는 것보다 더 불행한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돈을 더 벌면 벌수록 시간을 잃어가서다. 그는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이 부자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시간 대비 고수익 일자리를 궁리한 끝에 선택한 누드모델은 최저 임금의 10배가량의 수익과 시간을 벌어주었다.

더 흥미로운 점은 누드모델로 돈을 벌겠다고 말했을 때 부모님의 반응이다. 대개 부모들이라면 반대하지 않았을까. 엄마 복희는 반대는커녕 이유도 묻지 않고 “무엇을 준배해야 해?”라 묻는다. 무대에 서기 전 가운이 필요하다는 말에 엄마는 자신의 구제 옷가게로 가서 가장 고급스러운 코트를 가져와 건네주며 이렇게 말한다.

“알몸이 되기 전에 네가 걸치고 있는 옷이 최대한 고급스러웠으면 해.”

그가 처음 무대에 섰던 날 든든한 엄마를 떠올렸고 자신을 이루는 모든 게 엄마를 거쳐 왔다는 생각에 이르자 힘이 났다고 썼다. 자식을 향하는 든든한 지원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어지는 대목이다. 범상치 않은 작가 뒤에 역시 범상치 않은 엄마 복희가 서 있었다.

책은 작가의 어린 시절부터 근래까지 일의 서사가 담겼다는 면에서 그의 자서전으로 읽힌다. 동시에 범상치 않은 모녀의 삶이 담백하고 진솔하게 그려진 그림 에세이다. 또 태어나면서부터 가난이 디폴트였던 엄마 세대와 학자금과 생활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우리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작가의 말처럼 서로를 선택할 수 없었던 엄마 복희와 딸 슬아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다. 고난에 지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전하는 힘 있고 재밌는 책이다. 추천.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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