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의 숨은 이야기들
<1박 2일>의 숨은 이야기들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12.28 1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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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PD의 고백...자기계발 책

[북데일리] 이 남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TV 프로그램 <1박 2일>의 수장이었던 나영석 피디 말이다.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문학동네.2012)를 통해 만난 그는 ‘역시 나PD’였다. 들어가는 말부터 솔직담백한 문장들은 그의 속이야기가 어떨지 짐작하고도 남았다.

“이 책에는 아무런 감동도 교훈도 없다. 혹시라도 그런 걸 기대한 독자들이 있다면 슬그머니 이 책을 내려놓길 바란다. 정보라면 조금은 있다. 아이슬란드에 다녀오길 원하는 독자가 있다면 뭐 이 책 한 권쯤 읽어봐도 괜찮으리라 생각한다.”

그가 이렇게 고백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1박 2일>을 내려놓고 나PD가 아닌 ‘나영석’ 진짜 자신과 조우한 과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책은 <1박 2일>에 담지 못했던 영상 뒤의 이야기와 그가 떠났던 여행이 교차되어 수록됐다.

5년 이라는 시간을 오롯이 한 프로그램에 투자했던 그는 어떻게 예능감 넘치는 피디가 될 수 있었을까. 평소 시청자들이 궁금해 했던 그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책에 따르면 1박 2일은 국민 MC 강호동이 KBS로 돌아와 야심차게 준비했던 <준비됐어요>라는 프로그램에서 출발했다. 헌데 기록된 시청률은 7프로였다. 그 후로 난관을 해쳐나가기 위해 거듭되는 회의와 시도로 탄생 된 것이 지금의 <1박 2일>이었다.

처음부터 ‘야생리얼로드’ 버라이어티가 탄생한 것은 아니었다. 알고 보니 꼼수와 꼼수 속에서 나온 결과물이었다. 프로그램 초창기 때 연예인들에 갈 목적지와 내용을 설명해주지 않는 다는 것은 당시 관례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여기에는 사실 사연이 있었는데 제작진들도 대략적인 틀만 갖췄을 뿐 디테일한 구성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복안이 6밀리 카메라였다. 연예인 개개인을 따라다니며 계속 찍어 연예인들이 불평을 어필하는 순간을 줄이자는 꾀를 낸 것이다.

이는 예기치 않은 반응을 이끌어 냈는데 멤버들의 자연스러운 표정을 담아 대박의 몫을 톡톡히 해냈다. 순탄한 일로 고공행진만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위기는 닥치고 멤버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줄줄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에 당시의 메인 피디였던 이명한 피디가 특단의 결정을 내렸다. 원점으로 돌아가 가능성을 보고 새 멤버를 섭외하자는 거였다. 무모해보일 수 있는 도전은 예상외의 결과를 낳아 몇 년을 함께 이끌어갈 황금멤버가 구축됐다.

그러다 돌연 멤버 중 김C가 하차 선언을 했다. 이에 적잖게 당황했던 나PD는 무조건 잡기로 하고 그를 만났다. 결전의 날,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나PD는 김C를 잡는데 실패했다. 그가 덤덤히 한 말 때문이었다.

“그냥…… 어느 순간 궁금해지더라고. 나도 이제 마흔인데. 나는 과연 잘 살고 있는 건지. 이것이 내가 원하는 인생인지. 더 늦기 전에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언지 알아보고 거기에 빠져서 살고 싶어. 지금 아니면…… 영영 이러고 있을 것만 같아서. 일단 떠나야겠다고 결정한거야”-186쪽

일반인들은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얼굴도 알려지고 더불어 음반판매와 인지도에 시너지효과까지 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PD는 잡을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김C는 자신의 인생에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사람이었다. 나PD도 그에게 어쩌면 터닝 포인트가 될지 모르는 자아 찾기를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의 마음에 뿌려진 이때의 씨앗은 <1박 2일>을 내려놓고 발아했다. 바로 ‘오로라’를 보기 위해 무작정 아이슬란드로 떠났던 것. 나PD는 오로라와 자신을 만날 수 있었을까. 그에게 자아 찾기란 무엇일까. 책은 마흔을 준비하는 또 다른 나PD에게 든든한 답을 제시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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