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홍의 '900km 고행의 답'
정진홍의 '900km 고행의 답'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12.2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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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안주(安住)는 안락사"

[북데일리] 인생의 화려한 정점에 서 있는 그는 대학 교수로, 지금은 언론인으로 살아가는 50대의 중년이다. 바로 안주(安住)는 안락사라 외치며 치열하게 살아온 정진홍이다. 이미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로 많은 독자들에게 알려진 그가 아무도 예기치 않았던 산티아고 종주길에 올랐다.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문학동네.2012)는 그가 산티아고 900킬로미터 길에서 자신의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사유와 자신의 마음 밑바닥을 날것으로 드러낸 고백서다.

저자는 산티아고의 길을 발로만 걸은 게 아니라고 말했다. 힘들여 걸은 것은 자신의 마음도 마찬가지라는 것. 땀과 함께 흐른 눈물은 자신의 속에 쌓였던 ‘숙변 같은 눈물’이었다고 소회했다. 날선 위기감이 자신을 내몰았을 때 떠난 여정에서 쏟아낸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산자락에서 목 놓아 실컷 운 후 저자는 자신에게 물었다. ‘도대체 왜 운 것이었을까?’ 그는 ‘살면서 정말 필요한 것은 웃는 것 못지않게 우는 것’이라며 울음 끝에 오는 시원함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책에 따르면 그는 눈보라를 뚫고 피레네의 1000미터 산중에서 이렇게 외쳤다. “나는 살아 있다. 여기 이렇게 살아 있다고!” 오지에서 그는 희망을 봤다고 밝혔다. 이어 산티아고의 혹독한 추위 속에서 만난 세르주의 이야기를 전했다.

우연찮게 한 자리에서 식사를 하던 중 그가 자신과 동갑이라는 것과 그런 그가 손수레를 끌고 피레네를 넘었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잠시의 시간을 함께 걸으며 친구가 됐지만 산티아고 가는 길은 본질적으로 홀로 걷는 길이기에 그들은 서로의 완주를 기원하며 헤어졌다.

그후 저자는 보름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산티아고 가는 길의 절반에 못 미친 지점에서 또 한 번 눈물을 흘렸다. 길 옆으로 바퀴 빠진 손수레를 발견한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세르주의 손수레였다.

저자는 추적거리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부서진 손수레를 보며 한참을 서있었다고 전했다. 부서진 손수레는 마치 자신 같고 우리 모습 같았다는 것이다. 오늘을 살고 있는 한국의 중장년들의 자화상으로 비쳐졌다는 이야기다. 그는 수레에 달린 고장난 경적을 배낭에 챙겨 넣으며 이렇게 다짐했다.

“비록 고자나 바람 새는 소리밖에 나지 않지만, 내가 산티아고에 도착하거든 이 경적을 내 마음과 혼을 담아 울리리라! 결코 포기하지 않았을 세르주를 위해, 또 허리가 부러져라 일하다 고장나고 처박힌 것처럼 되어버린 우리 모두의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미래를 위해서!” -57쪽

책은 이처럼 50일간 900킬로미터를 걸어서 마침내 자신을 마주한 한 남자의 고백을 전했다. 그는 흔들리고 지친 중년들에게 인생 레이스의 원칙들을 전하며 이렇게 외친다.

“애써 서두르지 마라. 자기만의 속도, 자기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라. 그리고 때로 멈출지언정 결코 포기하지는 마라 그 걸음으로 꾸준히 가는 거다. 그게 가장 중요하고 제일 무서운 거다.” -193쪽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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