뗄레야 뗄 수 없는 폭력의 기원
뗄레야 뗄 수 없는 폭력의 기원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2.12.24 0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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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역시 법이란 이름의 폭력

[북데일리]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은 옳지 않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불가피하게 폭력을 사용해야 할 때가 온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폭력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 폭력으로 대응해야 할 때가 있다는 말이다. 때문에 제목처럼 폭력은 나쁘다고 말하지만, 필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폭력은 나쁘다고 말하지만>(2012.삼화)은 폭력에 대해 단순한 생각이 아니라 포괄적이고 깊이 있게 다룬다. 그러니까 폭력의 발생과 그 배경을 시작으로 현재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까지 다루고 있다. 폭력은 인간이 존재하면서 함께 발생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말은 생존을 위해 동물을 잡기 위해 인간은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그 대상이 인간이 아닌 동물이었을 뿐 폭력은 그렇게 우리와 뗄 수 없는 것이다.

저자는 어쩔 수 없이 폭력을 써야 하는 경우를 칸트, 헤겔, 토마스 홉스, 미셀 푸코 등 사상가들의 주장을 빌어 수많은 범죄와 전쟁과 테러를 설명한다. 누군가 나를 죽이려 하는 경우,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존을 위해 폭력을 사용한다는 말이다. 그리하여 이 모든 폭력을 제압하고 관리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국가라는 설명으로 이어진다.

‘법의 특징은 ‘권리’의 범위를 일탈하는 행위를 저지를 경우 바로 법의 이름으로 폭력이 발동되어 일탈 행위를 단속한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법의 이름으로 폭력이 발동된다’ 는 점이 도덕 등 다른 규범과 법을 구별한다. 그리고 그 권리가 어디까지 인정되는지를 확정하고, 거기에서 일탈이 이루어졌는지를 판단하여 만일 일탈이 있으면 폭력을 발동시키는 것이 바로 국가다.’ 146쪽

어떻게 보면 이 책은 국가의 성립과 존재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했다고 말할 수 있다. 개인과 개인의 다툼이나 조직과 조직의 폭력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상은 국가이며, 국가는 법이라는 장치를 통해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국가가 없다면 무방비 상태로 모든 폭력에 노출될 수 있으며 세상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뜻을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국가가 행사하는 폭력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국가가 존재하는 의의는 폭력의 관리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 있다고 흔히들 말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폭력이 국가라는 기관에 집중됨으로써 사회 속에서 폭력이 확산되는 일을 방지하고, 일원적으로 폭력을 단속할 수 있음을 뜻한다. 즉 국가가 없으면 구성원 모두가 제각각의 방법으로 폭력에 대처해야 하며, 사회도 혼란에 빠지기 때문에 매우 곤란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당연한 일일 것이다. 국가가 없으면 폭력의 권리는 사회 속에 확산된다. 그리고 각각의 구성원이 자력으로 폭력에 대처해야 하며, 사회 전반적으로 폭력의 관리는 현저히 비효율화될 것이 분명하다.’ 173~174쪽

우리 삶이 폭력과 불가분의 관계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니면 더욱 강력하게 폭력을 관리할 국가를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 폭력이라는 주제를 통해 개인과 국가에 깊게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지만 어려운 책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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