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쌀국수와 스파게티에 도사린 편견
[책속의 지식] 쌀국수와 스파게티에 도사린 편견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8.11.02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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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의 언어> 장한업 지음│ 글담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편견이란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뜻한다. 편견은 음식 이름에 반영되기도 하는데 <차별의 언어>(글담.2018)는 쌀국수와 스파게티 사이에도 편견이 자리 잡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음은 어떻게 음식 이름에 편견이 자리 잡게 되었는지 어원을 짚어가며 차근히 설명한 대목이다.

먼저 베트남 쌀국수의 베트남식 명칭은 ‘퍼phở’이다. 원래 베트남 사람들은 쇠고기를 먹지 않았지만, 1880년대 중반 베트남 북부의 하노이를 점령한 프랑스군이 쇠고기 요리법을 전해 주면서 쇠고기를 쌀국수와 함께 먹기 시작했다. 퍼라는 이름도 불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프feu’에서 유래했다. 지역마다 조리법이 다르지만 대개 쌀국수에 쇠고기를 얹으면 ‘퍼보Phở bò’, 닭고기를 얹으면 ‘퍼가Phở gà’라는 분명한 이름이 있다.

이에 반해 이탈리아 요리의 대명사로 꼽히는 스파게티 ‘spaghetti’라는 말은 ‘실’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스파고spago에서 유래했다. 가늘고 긴 실을 의미한다. 우리는 퍼는 쌀국수라 부르지만, 스파게티를 두고 이탈리아 밀국수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왜 그럴까.

베트남과 이탈리아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관련이 있다는 의견이다. 베트남은 못사는 나라, 이탈리아는 잘사는 나라라는 이분법적인 시각과 편견이 음식에도 투영되었다는 것. 못사는 나라에서 온 음식은 음식만 받아들이고 언어는 받아들이지 않지만, 잘사는 나라에서 온 음식은 그 음식과 함께 언어도 받아들인다는 생각에서다.

과한 해석이라 여길 수도 있겠지만, 편견을 없애기 위해 국가의 가사마저 바꾼 캐나다를 보면 단어 하나에 담겼을지 모를 편견을 마냥 억지스럽다며 지나치기 어렵다. 캐나다 국가에 “캐나다의 모든 국민들이 보여주는 진정한 나라사랑”이라는 구절이 있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를 기리기 위해 ‘us’를 ‘son’으로 바꾸었는데 성차별적 요소를 깨닫고 이를 개정하려고 여러 차례 시도한 끝에 드디어 개정안이 2018년 상원의회를 통과했다.

편견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함으로써 차별을 적극적으로 바로잡은 예다. 편견은 마음속 깊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라다 어떤 계기로 겉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저자도 편견이 겉으로 드러나면 차별이라 말했다. 차별을 바로잡는 시작은 무엇이 편견인지 ‘인식’하는데 있다. 단어 하나라도 조심히 써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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