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글쓰기훈련]은 매일 하는 글쓰기 연습 프로그램입니다. 오늘 과제는 여행에 대한 단상입니다. <안녕 다정한 사람>(달. 2012)에 나오는 김훈의 글입니다. 책은 소설가 은희경부터 뮤지컬 박칼린 음악감독까지 열명의 여행기를 담았습니다.
<515> 김훈의 여행

나에게 여행은 세계의 내용과 표정을 관찰하는 노동이다. 계절에 실려서 순환하는 풍경들, 노동과 휴식을 반복하면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들, 지나가는 것들의 지나가는 꼴들. 그 느낌과 냄새와 질감을 내 마음 속에 저장하는 것이 내 여행의 목적이다.
나는 여행할 때 늘 성능 좋은 망원경을 두어 개 가지고 간다. 롱샷으로 크고 먼 풍경을 넓게 관찰하는 망원경이 있고, 하나의 포인트를 가깝게 당겨서 들여다보는 망원경도 있다. 바다로 막히고 길이 끊어져서 갈 수 없는 저편의 노을과 구름, 숲으로 가는 새들, 갯벌에서 무언가를 줍는 사람들, 썰물에 갇힌 낡은 어선들, 선착장 쓰레기통에 쌓인 소주병들, 노는 아이들과 개들, 물가에 오랫동안 혼자 앉아 있는 늙은 여자를 관찰한다.
-임정섭 <글쓰기훈련소> 대표, 네이버 카페 <글쓰기훈련소> 주인장. <글쓰기, 어떻게 쓸 것인가>, <글쓰기훈련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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