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에 담은 추억의 사람 냄새
렌즈에 담은 추억의 사람 냄새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12.06 1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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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포토] 삶의 흔적 따라 1825일의 여정

[북데일리]<북포토> 평범한 일상이 사진 렌즈에 잡혀 상이 맺히면 특별함이 묻어난다. <너1825일의 기록>(21세기북스.2012)의 하루다. 작가는 1825일을 사진에 담았다. 삶의 흔적을 따라 간 여행이다.

 

작가의 기억 속에 자리한 곳에서 그리운 한 사람을 만났다. 20년 전 악동시절 국수집 아주머니다. 이제는 야위고 주름진 모습이지만 누구보다 따뜻했던 분이다. 20년 만에 다시 찾았다는 말에 작가의 손을 꼭 잡으시고 말씀하셨다.

“이 동네가 힘들게 사는 사람들뿐이었기에, 남는 것도 없는 장사였지만 그렇게 국수를 팔 수밖에 없었어. 외상으로 국수를 점심 삼아 먹던 공장 사람들 중엔 미처 외상값을 다 갚지 못한 채 이곳을 떠난 사람도 있어. 하지만 십 년이 지나 국수값을 주려고 온 사람도 있었지.” -36쪽

골목길을 걷던 작가는 우연한 만남을 소개했다. 당당한 눈빛의 한 사회복지사를 만난 것. 그는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150여만 원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계약직 사원이지만 교육복지사로서의 꿈을 접지 않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부터 아이들이 그 사회복지사를 “아빠!”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대목은 뭉클함을 전한다. 

담장위에 아슬아슬하게 놓인 화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분명 위태로운 느낌이 있음에도 얼핏 느껴지는 조화로운 안정감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걸까. 작가의 눈은 구석진 자리로 이동한다. 

그는 진실을 보려면 가끔 두 눈을 감아야 한다고 말한다. 원하지 않았지만 버려진 것에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받거나 원해서 버린 것에도 역시 후회하고 아파한다고 전했다. 삶의 여정 속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질곡들을 사진으로 담아냈다. 길고 긴 골목길 사람들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행이다. 

 <사진제공: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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