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로 자신의 죽음 알린 남자
냄새로 자신의 죽음 알린 남자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11.2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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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품정리인들이 본 죽은 이들의 흔적

[북데일리] 최근 몇 년 사이 ‘고독사(孤獨死)’라는 신종 죽음이 언론을 통해 심심치 않게 보도됐다. 고독사는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자화상이다. 홀로 죽어 냄새로 자신을 알리게 되는 죽음을 뜻한다.

‘유품정리인’, 들어본 듯도 하지만 여전히 생경한 직업이다. <유품정리인은 보았다!>(황금부엉이.2012)에 따르면 그들은 유족을 대신해 장례를 치르고 고인의 생전 물건을 정리해주는 일을 한다. 책은 그들이 실제 경험한 46가지 고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책은 가슴 아픈 사연들을 담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부터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했는데 그 사연은 이렇다. 5층짜리 한 맨션에 유품정리인이 도착했다. 그는 집 앞에서 독거노인의 아들을 만난다. 노인은 75세 고령의 남자는 3층에 살았는데 시취(屍臭, 사체 냄새)는 현관부터 감돌았다.

유품정리인은 현장을 살피고 견적을 낸 후 아들을 찾는다. 밖에 있는 줄 알았던 아들은 3층과 4층 계단에서 그를 불렀다. 알고 보니 고인의 아들은 바로 위층에 살았던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는 아들에게 냄새가 나지 않았느냐고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바빴다는 말뿐이다.

한층 아래 사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줄도 모를 만큼 일본 사회는 정신없이 돌아가는 건가. 이게 과연 사실일까.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비단 일본에만 있지 않았다. 책은 한국에서 일어난 고독사의 사례도 다뤘다.

이번 의뢰인은 어느 시골 주소를 불러줬다. 고인이 있던 곳은 한적한 과수원 아래 시골마을이었다. 길을 헤매던 끝에 일터로 나가는 동네 할아버지에게 집 위치를 묻자 심드렁한 대답만 돌아왔다. “아, 그 개집? 우리 마을 사람들은 그곳을 개집이라 불러. 그 교수인가 하는 사람?”

책에 따르면 고인이 된 이 교수는 시골 축사를 개조해 작업실로 썼다고 한다. 가끔 있는 대학 강의를 빼고는 두문불출 작업에만 몰두했다. 사인은 ‘쯔쯔가무시 병’으로 농촌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털 진드기 유충에 의한 병이었다. 이 병에 걸리면 고열과 오한 등의 증상이 있지만 가족과 떨어져 지냈기에 치료시기를 놓친 것이다.

유품정리인은 고인이 마지막 도움이 필요한 순간조차 혼자 힘겹게 앓아누워 있었을 거란 생각에 발걸음이 무거웠다고 고백했다. 헌데 놀라운 것은 정리를 마치고 무거운 발걸음을 돌리는 그들 등 뒤에서 들리는 동네 주민들의 말이었다.

“그 교수인가 하는 사람이 일 년 전에 죽었다네.”
“그래? 농사짓는 우리네와는 다른 사람이었잖아.”

한 동네에 살았으면서도 서로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던 것이다. 이 대목에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인사라도 나누고 지냈다면 고열로 절실한 도움이 필요했을 때 누군가 방문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책은 실화라는 점에서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되돌아보고 고독사에 대한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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