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운명적 순간, 그 길었던 하루
왕의 운명적 순간, 그 길었던 하루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11.27 1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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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의 행보를 통해 지도자의 길 탐색

[북데일리] 같은 날 다른 하루를 보낸 이들이 있다. 바로 연산군과 광해군이 폐위되던 날, 당사자와 주변 인물들과 태조와 정도전, 세조와 김종서가 격돌하던 날, 역사적 중심에 섰던 사람들이다.

역사적인 흐름이 바뀌었던 단 하루에 초점을 맞춘 책 <왕의 하루>(김영사.2012)는 이처럼 왕과 왕을 둘러싼 이들의 운명적 시간을 테마로 다룬 역사서다.

저자는 책을 통해 ‘과연 최고의 지도자란 어떤 인물인가,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가’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를 위해 역사 속에 등장하는 각양각색의 왕들을 면밀히 분석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조선의 10대 국왕 연산군에 대한 저자의 태도다. 그는 연산군을 ‘폭군’이라 단정 짓지 않았다. 그간 연산군을 폭군이나 광군(狂君)으로 평가 했던 것은 집권 말기만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집권 말기에 이르러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은 분명하지만 중반기까지는 신권을 지나치게 옹호하려는 세력과 투쟁한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책에 따르면 집권 전반기에 연산군 아버지 성종이 약화시켜 놓은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권신들과 투쟁했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무오사화(1498) 당시 연산군이 어머니의 죽음의 진실을 알고 있었지만 복수보다 왕권강화에 초점을 맞췄던 사례를 들었다.

이에 반해 연산군의 정치적 한계점도 지적했는데, 연산군의 행보에 있어 왕권강화를 구현할 만한 구상과 지략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책은 인내할 줄 모르고 사람 볼 줄 몰랐던 연산군의 말기 모습이 자기 파멸로 이어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최근 광해군에 대한 재평가도 언급했다. 최근 학계 일각에서 불고 있는 ‘중립 외교’에 대한 긍정적 재평가가 좀 더 면밀하고 조심스러워 한다는 것이다.

책은 이밖에 왕의 즉위식 성격과 경연석상에서 벌어지는 논쟁부터 정치적 정략 국혼, 죽은 후 붙게 되는 이름인 묘호 제정 등 흥미로운 주제와 사건들을 다뤘다. 역사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일들을 수면위로 이끌어 문제를 제기한다. 또한 각 장 앞에 실려 있는 소설형식의 구성도 몰입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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