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기'의 감동 다시 맛볼까
'가시고기'의 감동 다시 맛볼까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2.11.22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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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인 '인생은 산모퉁이를 도는 일'

 

[북데일리] 사랑하는 이를 잃거나 목표했던 것들을 이루지 못했을 때 우리는 좌절한다. 자책하고 삶을 버리려 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삶을 포기하고 싶은 이가 있을까. 어쩌면 자신에게 손을 내밀 누군가를 기다리도 있는지도 모른다. <가시고기>의 작가 조창인의 장편소설 <살아만 있어줘>(2012. 밝은세상)에서 그런 간절함을 마주한다.

 주인공 해나는 사고로 아빠를 잃고 엄마까지 병으로 죽고 혼자 남아 자살을 시도한다. 스무 살 해나 앞에 한 남자가 등장한다. 말기 암으로 투병 중인 유명 소설가 이은재는 해나가 다시 삶을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첫 사랑 인희가 남긴 자신의 딸, 아버지라는 사실을 밝힐 수 없지만 말이다. 아버지에 비해 차가웠던 엄마가 자신을 외면했다고 믿는 해나는 부모님의 친구라는 은재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부모님과 그의 관계를 믿고 싶지 않다.

 해나가 상처받을까 두려워 자신의 존재를 밝히지 못하는 은재는 죽음을 향한다. 아직은 어른이라 할 수 없는 해나를 위해 하루라도 더 살고 싶다. 은재는 해나가 가진 분노와 슬픔을 달래주고 싶다. 죽음에게 다가섰던 자신에게 ‘살아만 있어줘’라는 말로 자신을 살게 했던 인희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은재와 인희가 서로에게 살아야 할 이유가 되었듯 해나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야 했다. 그런 은재의 진심을 알게 된 해나도 마찬가지다. 점점 은재에게 의지하게 되고 더 많은 시간을 아저씨와 보내고 싶은 것이다.

 “해나야, 난 네가 소리 내어 울었으면 좋겠다.” “한번 울기 시작하면 계속 울어야 될지도 몰라요. 그게 겁이 나요. 울고, 울고…… 영원히 울기만 하는 꼴이라면, 처음부터 울지 않는 편이 옳아요.” “널 울게 만든 이유가 네 눈물을 멈추게 할 이유도 된단다. 넘어진 자리가 바로 일어설 자리인 것처럼 말이다.” “믿지 않을래요. 아저씨를 봐요. 평생 울기만 한 사람이 바로 아저씨잖아요.” “예전에는 그랬지. 하지만 앞으론 다르단다.” “왜요?” “난 이제 눈물을 닦아줘야 할 사람이거든.” “누구의 눈물을요?” 203쪽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얼마나 오래 사느냐 역시 그 못지않다. 인생은 산모퉁이를 도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모퉁이를 돌아봐야 거기가 사막인지, 초원인지 알 수 있다. 여러 모퉁이를 돌아봐야 해. 그래야 어떤 인생을 어떻게 살았는지 말할 수 있는 거다.” 190~191쪽

 소설은 해나와 은재가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면서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가시고기>의 감동을 기억하는 이라면 반가울 책이다. 아프고 화난 마음을 위로받고 싶다면 더 좋을 책이다. 간절히 죽음을 원했던 스무 살 해나와 그런 딸을 지켜주고 싶은 아버지의 뜨거운 사랑이 이 차가운 계절을 감싸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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