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크라잉 넛의 비밀> 유랑길에 나선 도망자 빼째라?
⑥<크라잉 넛의 비밀> 유랑길에 나선 도망자 빼째라?
  • 북데일리
  • 승인 2005.07.0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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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크라잉 넛-그들이 대신 울부짖다`가 분석한 세 번째 코드는 유랑이다.

"유랑은 참 설레는 단어지만(히피스럽게 혼숙도 하고 흐흐..) 사실은 서러운 도피길이다. 유목은 말, 소, 양 이런 거 기르면서 광활한 대륙을 뛰댕기며 사는, 진취적이라는 수식이 붙는 그런 삶이지만 유랑은 진취라기보다 일종의 도피다.

유목과 유랑은 참 다른 얘기다. 제목인 `크라잉 넛, 그들이 대신 울부짖다`라는 제목만 보면 독한 넘들 같은데, 내용을 읽다보면 아무리 봐도 저 크라잉 넛의 `말달리자`는 유목민의 기상이 아니라, 유랑길에 나선 도망자의 `배째` 선언이다.

전쟁도 없는 21세기 현대사회에 무슨 도피할 일이 있냐구? 재벌 자식이건 노동자 자식이건, 무슨 중산층 자식이건 일단 집밖으로 쫓겨나면 밥 벌어먹어야 하는 것은 똑같고, 그런데 벌어먹을 능력도 없고, 벌어먹을 의지도 없으면 `빌어` 먹으면서 계속해서 도망 다니는 수밖에 없다. 도피길에 만나는 사람 사람들에게마다 민폐를 끼치면서.."

딴지일보 함주리 기자는 "워떻게 생겨먹은 넘들인지 이들은, 유랑길에 나서면서 겪어야 했을 궁핍과 설움을, 최대한 궁핍과 설움이라고 여기지 않고 그냥 아하하~ 웃으면서 만화 속 캐릭터처럼 즐겁게 도망쳐버린다"고 말하면서, 이 책은 알콜과 나태와 유랑에 관한 최초의 보고서라고 평가한다.

그리고는 "`아이 씨방 베짱이가 될래요` 하고 길에 발라당 누워버린 그들의 천진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 씨 나도 저렇게 좀 삐대면서 명랑하게 개기고 살걸`이라는 은근히 희망적인 후회가 든다"고 얘기하고 있다.그러면서 이렇게 선동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노래는, 어떤 땐 찢어지고 어떤 땐 우울하고 어떤 땐 발랄하고 어떤 땐 슬프고 각각이지만, 구렁이 담 넘어가듯 개기면서 삐대는, 뭐랄까 낙천적이라기보다 묘하게 밝고 이지적인 느낌이 있다.

바로 그 부분이, 조금만 까딱하면 절망이나 죽음 따위 퀴퀴한 지하로 지옥으로 빠져버리기 쉬운 극단적인 타입의 우울이와 칙칙이들을 묘하게 안심시켜주는 것 같다.

자, 술이 넘 고프거나, 전혀 부지런하기가 싫거나, 때때로 우울증에 시달리는 세상의 모든 칙칙이들아, 이리로 오라. 못난이는 못난이들대로 똘똘 뭉쳐서 술도 안 먹고 졸라 부지런하고 건전건강한 잘난 것들의 틈새로 열라 비집고 들어가서 개기면서 살자. 음하하" [북데일리 제성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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