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소녀의 '아픈 버킷 리스트'
백혈병 소녀의 '아픈 버킷 리스트'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2.11.15 0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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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아픈 소설

 [북데일리] 누구나 죽지만 죽음을 염두하고 사는 이는 없다. 그렇지만 몸으로 죽음을 직면하는 이들에게 삶은 보편적인 그것과는 다를 것이다. 백혈병을 앓는 열여섯 살 소녀 테사도 그랬다. <나우 이즈 굿>(2012. 문학동네)는 열여섯 살 소녀의 버킷 리스트를 통해 순간의 위대함을 말한다.

 테사는 남은 생을 위한 버킷 리스트를 작성한다. 치료보다는 그 리스트를 실천하고 싶다. 어떻게 해서든지 딸을 살리고 싶은 아빠는 용납할 수 없다. 남자친구를 갖는 것, 마약, 클럽, 섹스, 운전, 유명해지기, 하루 종일 예스라 말하기 등 리스트는 발랄하면서도 기발하다. 테사는 친구 조이와 함께 실행하면서 살아 있다는 걸 느낀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몸은 견디지 못한다. 결국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이들에게 날카롭게 대한다. 좋아하는 애덤에게도 다가갈 수 없었다. 거부당할까 두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애덤은 테사의 전부가 된다.
 
 열여섯 살 소녀가 꿈꾸는 세상은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 것일까.테사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의미있게 보내려 했을 뿐이다. 정말 간절하게 원하는 것들해보고 싶었을 뿐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다시는 오지 않을 순간이라는 걸 알기에. 엄마와 아빠가 다시 사랑하기를 바랐다. 소소하여 하찮다고 여기는 일상의 조각들이 주는 행복을 느끼려 했다.
 
 ‘서로의 말이 미끄러지듯 다음 말로 이어지는 가족들의 대화를 듣고 있으니 기분이 좋다. 세 사람이 이렇게 내 곁에 가까이 있으니 뼈도 그다지 아프지 않다. 내가 미동도 않고 가만있으면, 식구들은 창백한 달이 뜬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복도에 굴러다니는 투약 카트 소리도 못 들을지 모른다. 밤을 새울 수도 있다. 해가 뜰 때까지 농담이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떠들썩하게 밤을 지새울 수도 있다.’ 111쪽
 
주어진 시간이 점차 줄어들 때 모든 것을 기억하고자 하는 간절함이 애틋하다. 애덤과 함께 보낸 시간들, 해마다 가족 여행을 갔던 곳, 태어나지 않은 조이의 아이까지 담으려 애쓴다. 소중한 이들과 이별해야 하는 순간까지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어찌 짐작할 수 있을까.
 
 ‘칼은 죽은 별들이 연소된 재에서 인간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내가 죽으면 먼지와 반짝임, 비로 돌아갈 거라고도 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바로 이 나무 밑에 묻히고 싶다. 이 나무의 뿌리가 내 몸의 부드러운 잔해에 닿아 수분을 모두 빨아들일 것이다. 나는 사과나무 꽃으로 활짝 피어날 것이다. 봄날이면 나는 색종이 조각처럼 흩날리며 우리 식구들의 신발에 달라붙을 것이다. 가족들은 나를 주머니에 넣어다니며 내 부드러운 꽃잎을 베개 위에 잔뜩 뿌려놓고 잠을 청할 것이다. 그러면 가족들은 어떤 꿈을 꾸게 될까?’ 280~281쪽
 
 때로는 거침없이 솔직하고 때로는 여리고 순수한 마음이 어쩌면 이토록 예쁘고 사랑스럽단 말인가. 정말 아픈 소설이다. 열여섯 살 소녀의 맑고 투명한 감정 변화를 생생하게 담아 더 아프다.
 
 소설은 잔인하게도 투병으로 인해 일상의 즐거움을 포기해야 하는 테사와 자유분방한 조이를 통해 선명하게 삶과 죽음을 보여준다. 아마도 작가는 우리의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는 걸 극적으로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모든 순간은 마지막을 향한 여정이라는 걸 잊지 말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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