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향한 절절한 그리움
아버지를 향한 절절한 그리움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2.11.13 2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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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서 더 긴 여운을 전하는 소설.

 

[북데일리 ] 부모에 대해 말할 때 대부분 엄마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버지의 사랑을 몰라서가 아니다. 어색한 것이다. 우리는 아버지에게 먼저 손을 내밀지 못한다. 아버지 역시 그렇다. 혹여 부담을 줄까 싶어서다. 여기 우리 모두의 아버지가 있다.

사실적 글쓰기로 잘 알려진 아니 에르노의 자전 소설 <남자의 자리>(2012. 열린책들)를 통해 아버지를 생각한다. 내가 알지 못하는 아버지의 마음과 슬픔에 대해서 말이다. 책은 아버지가 생을 마감하는 순간부터 그가 살아온 젊은 시절을 필름처럼 보여준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우리가 더 이상 서로에게 아무 할 말이 없게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p. 93  

 돌아가신 아버지를 기억하며 써 내려간 글은 소설인 동시에 일기다. 아주 짧고 담백하다. 짧아서 더 긴 여운을 전하고 담담해서 더 슬프다.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글이라 더 그렇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점점 더 멀어지고 소원해진 관계, 글을 쓰면서 아니 에르노의 마음은 얼마나 복잡했을까. 표현하지 못했던 애정, 무심했던 지난 세월을 후회했을 것이다.  

  ‘그는 마흔 살이다. 사진 속에는 그가 겪은 불행, 혹은 그가 품고 있는 기대에 대해 알려 주는 것은 전혀 없다. 단지 약간 나온 배, 관자놀이께가 희끗희끗해져 가는 검은 머리칼 등, 세월의 명확한 흔적들이 보일 뿐이다. 그리고 보다 은밀하게 숨어 있는 사회적 조건의 표지(標識)들. 몸통으로부터 헤벌어져 있는 팔들, 그리고 소시민적인 취향이라면 사진의 배경으로는 선택하지 않을 화장실과 세탁실…….’ p. 49  

 젊지도 늙지도 않은 마흔 살의 남자. 누군가의 아버지로, 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으로 살아야 했던 한 남자의 마음을 읽는 일은 쉽지 않다. 언뜻 언뜻 내 아버지를 보았고, 형제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가난한 노동자였기에 배움이 짧았기에 더 많은 걸 갖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 했던 수많은 아버지들 말이다. 

 이 얇은 한 권의 책으로 아버지를 향한 간절한 그리움을 담아내기엔 부족하다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한 남자의 고단한 삶에 대해 생각할 시간은 충분하다. 거친 손을 잡아주기엔 충분한 것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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