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관념과 윤리의 틀에 갇힌 사랑
사회적 관념과 윤리의 틀에 갇힌 사랑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2.11.13 0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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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청춘의 고뇌...김말봉 '찔레꽃'

[북데일리] 김말봉의 <찔레꽃>(2012. 지와사랑)은 1930년대 자유연애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병든 아버지의 병원비와 가족의 생활비를 위해 입주 가정교사를 선택한 정순과 경성제대를 다니는 민수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은행장의 집에 취직한 정순은 일본 유학을 다녀온 큰 딸 경애와 친하게 지낸다. 하지만 아픈 안주인과 여색을 밝히는 주인 조만호는 그녀에게 두려운 존재일 뿐이다. 정순은 그곳에서 겪는 외로움을 민수에게 편지를 쓰며 달랜다. 민수는 시골에서 올라온 아버지의 문제로 은행장의 집을 찾는다.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경매에 들어간 논을 찾기 위해 사정을 하러 온 것이다.

 정순은 민수와 외사촌이라며 조만호에게 선처를 부탁한다. 경애 역시 민수에게 호감을 갖고 자신에게 매 달리는 부호 영환을 이용한다. 영환은 민수 아버지의 논을 사들여 다시 내어주는 걸로 경애와 결혼을 꿈꾼다. 하지만 가혹하게도 낙마한 경애를 민수가 구하면서 그들의 운명은 엇갈린다. 거기다 세계 일주를 마치고 돌아온 경애의 오빠 경구도 정순을 보자마자 반한다.

 안주인이 죽고 민수와 경애, 정순과 경구의 미묘한 사각 관계가 시작된다. 경애는 아버지의 부를 이용해 민수가 처한 상황을 벗어나게 해주겠다고 약속하며 청혼을 한다. 경구 역시 정순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한다.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운 정순은 민수와의 관계를 밝히고 관계를 정리하려 한다.
 
 소설은 네 남녀의 연애 감정을 다룬 연애소설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돈과 욕망에 휘둘리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한 본성을 보여준다. 조만호를 이용해 욕망을 이루고자 하는 기생 옥란과 옥란에게 버림받은 근호를 비롯하여, 돈 때문에 가정교사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정순, 명예와 부가 보장된 경애와의 결혼에 흔들리는 민수, 아버지의 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애, 진정한 사랑을 찾고자 하는 경구을 통해 1930년대의 사회 모습을 고스란히 만날 수 있다. 
 
 고등교육을 받았지만 그 능력을 발휘하기는커녕 가난을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극과 극의 삶을 살고 있는 경애와 정순, 경구와 민수에게서 그 시절 청춘의 아픔을 본다. 사랑보다는 1930년대 한 여자의 사랑은 가난하고 아픈 가족을 외면할 수 없었고, 사랑하는 이의 행복을 위해 희생을 자처한다. 때문에 무척 재미있게 읽었지만 연애의 달콤함보다는 씁쓸함이 남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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