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아들은 옆집 딸보다 공부를 못할까
왜 우리 아들은 옆집 딸보다 공부를 못할까
  • 북데일리
  • 승인 2006.01.1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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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사법고시, 행정고시 수석합격과 행시 행정공안직 수석합격은 모두 여성에게 돌아갔다. 사시 최종합격자 1001명 중 여성의 비율이 32.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한 3372명 중 여성이 1074명으로 31.8%를 차지했다. 여성이 30%를 넘은 것은 의사국가시험제도 도입 이후 최초의 기록이다.

외무고등고시 역시 여성의 선전은 계속 됐다. 합격자 수가 52.6%를 차지해 사상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선 수치를 보였다. 이어 2005년 11월까지 늘어난 취업자 30만7600명 중 여성이 16만4300명, 남성은 14만3300명으로 집계돼 여성이 남성을 추월했다.

<공부 잘하는 여학생 공부 못하는 남학생>(사회평론. 2005)은 여고남저(女高男抵)의 사회진출 현상이 ‘세계적 추세’라고 말한다.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에 비해 읽고 쓰는 능력에서 두 배나 더 어려워하고 있으며 학교 성적 역시 보다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책은 그 주요원인으로 ‘독서’를 지목한다.

독일 뤼네브르크 대학의 크리스티네 가르베교수는 독서에서 나타나는 남녀의 현저한 차이을 분석했다. 국제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의하면 남학생들은 특히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다루는 능력에서 여자아이들보다 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남자아이들이 글의 흐름이 중단되는 일 없이 이어지는 텍스트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보이는 반면 비연속적인 텍스트, 문자, 그림, 그래픽, 도표가 섞여 있는 텍스트는 별 어려움 없이 이해한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남자아이들이 즐겨 읽는 정보서적들이 그런 방식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여자아이들은 주로 소설에서 발견되는 연속적인 텍스트를 좋아한다. 책을 읽으며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자기 것으로 느끼는 일이 여학생들에게는 좀더 쉽게 다가온다.

저자 카트린 뮐러-발데가 남학생과 여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반지의 제왕’ 같은 판타지 장르는 남학생에게 인기순위 1위를 차지했다. 판타지와 공상과학류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새롭고 놀랍고 흥분되는, 일부는 들어보지도 못한 신기한 일들이 벌어지는 데 대한 흥분과 호기심 때문이며 모험과 액션 분야에 대한 호감 역시 맥락을 같이 한다.

또 남학생과 달리 여학생 44%는 다른 주제의 소설을 더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사실은 독서방식에 있어 좋아하지 않는 책에 대한 저항이 남자아이들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이에 비해 여자아이들은 어떤 책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끝까지 읽는 경향을 보였다.

책은 국제학업성취도 평가를 기준으로 남자아이들이 독서에 대해 여자아이들보다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음을 밝힌다. 실제로 독일 남학생들의 독서성적은 OECD국가들의 평균보다 낮은 저조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태라고 말한다. 이어 최근 몇 년간 미디어 사용 관련 연구들이 입증한 바에 따르면 여자아이들이 독서를 선호하는 만큼 남자아이들은 게임을 즐기고 있다.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에 비해 네 배나 많은 시간을 컴퓨터게임에 소비하고 있으며 인터넷으로 보내는 시간도 두 배나 많다.

저자는 여자아이들이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는 남자아이들과 달리 책을 좋아하는 이유를 발달심리학을 근거로 분석했다. 여자아이들은 소설을 통해 ‘누군가 자기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은 문학적 동일시와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가장 중요한 `감정이입능력`이다. 자신과 타자 사이의 경계설정을 유동적으로 운영함에 따라 외적인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반대로 남자아이들은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게임에 나오는 인물에 자신을 투영시킨다. 학자들에 따르면 문학적 동일시 방법 중 ‘투영’은 가장 낮은 수준에 속한다. 컴퓨터 게임에서 중요한 것은 권력, 통제, 지배, 즉 가부장적 문화에서 잘 알려져 있는 ‘존재를 위한 투쟁’이며 이는 가상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략 전술상으로 적절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수준에 국한돼 있다.

“컴퓨터 게임은 감성적 기능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심리학자들의 경고는 귀담아 들을만하다. 감정이입 영역 전체가 사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큰 결함을 갖고 있다. 게임에 나오는 다른 인물들을 총으로 쓰러뜨리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을 뜻 할뿐이지, 죽음과 고통, 고뇌와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책의 무서운 경고는 남자아이들에게 닥친 위기의 근본원인과 조기교육의 중요성으로 이어진다. 남자아이들의 컴퓨터 중독 탈출구를 조명하고 책 안 읽는 아빠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도 역설한다. 감정적 문맹자가 될 위기에 놓인 남학생들과 그 부모들을 위해 `우리 아들이 독서하게 만드는 9가지 방법` 까지 싣고 있다.

[북데일리 정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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