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북콘서트 김용택시인 '어머니에게 시를 배웠다'
용산 북콘서트 김용택시인 '어머니에게 시를 배웠다'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11.06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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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시인과 북밴과의 만남 "뜻하지 않은 선물 받은듯"

[북데일리]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비 그리고 길가의 샛노란 은행잎. 정점에 다다른 가을 분위기에 책과 음악이 더해져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겼다. 6일(화) 용산구는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 작가를 초청해 북콘서트를 열었다. 행사 장소인 용산 아트홀 가람홀은 비오는 날씨임에도 관객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구민과 함께한 이번 행사는 학생부터 나이 지긋한 어른까지 함께 어울리는 문학의 장이었다.

김용택 시인은 1982년 <섬진강>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왔다. 30여년의 시간 동안 왕성한 창작 활동을 펼치며 많은 작품을 내놓았다. 시인은 자신의 작품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너무 재미없는 작품이 많아 다 기억하지 못 한다.”며 재치있게 답했다.

시인의 입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어 갈수록 젊어진다며 비결을 일러 달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세상에 관심을 가지면 된다. 일상적인 삶을 관심 있게 바라보면 생각을 고정화시키지 않아 왜곡된 관념을 만들지 않는다. 사실 내가 철이 없다. 그래서 젊다는 말은 하는 게 아닌가.”

김 시인은 30여 년간 교직에 몸담은 바 있다. 이런 생활이 작품이나 문학관에 끼친 영향에 대해 물었다. 이에 두 가지를 떼어 놓고 볼 수 없다고 말하며 가르치며 배웠다고 강조했다. 아이들과 생활하며 삶이 새롭고 신비롭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

이어 김 시인이 시를 쓰게 된 계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어린 시절엔 책을 접하기 어려웠다. 그러다 학교에 선생으로 발령받고서야 ‘월북’이라는 책자를 통해 문학의 세계를 접하게 됐다. 책을 읽고 나니 생각이 많아졌고 그렇게 일기를 쓰던 것이 어느새 시를 쓰는 일로 연결됐다.

김용택 시인의 육성으로 듣는 시 ‘섬진강15 겨울, 사랑의 편지’는 섬진강에 얽힌 사연이 있었다. 사랑했던 사람과의 추억을 그린 시라는 것. 이야기를 듣고 나니 시가 더 아릿하게 다가왔다.

이어 북밴이 노래한 김용택 시인의 ‘속눈썹’은 공연장을 한층 고조시켰다. 아름다운 시와 리듬 있는 선율의 만남으로 행사는 무르익었다.

어느새 행사의 중반을 넘어 주제 도서인 <김용택의 어머니>로 대담이 이어졌다. 시인에게 어머니의 존재를 물었다.

“이야기를 참 잘 하시는 분이다. 글을 모르셨지만 말씀하시는 것을 종이로 옮기면 시가 됐다. 농사를 지으며 자연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말씀하시면 내가 받아 적었다. 그렇게 어머니에게 시를 배웠다.”

한마디로 김용택 시인에게 어머니란 낳아주신 분이자 시적 스승이었다. 그의 시적 자질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어진 시 낭독은 관객의 참여로 이루어졌다. 한 관객은 “노모를 모시고 이런 자리에 처음 왔다”며 “시와 음악이 있는 이 행사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다”고 소감을 전했다.

가을비 내리는 평일 오후. 북콘서트를 찾은 관객들은 마치 생각지도 못한 친구나 연인의 편지를 받은 듯, 행복한 떨림을 경험했다고 입을 모았다.

공연문의 02-323-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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