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된 아내` 사랑한다, 더많이 사랑한다
`꽃이 된 아내` 사랑한다, 더많이 사랑한다
  • 북데일리
  • 승인 2006.01.0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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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골을 드러내는 감압수술을 포함, 네 번의 수술 끝에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는 `식물`이 된, 아니 `꽃`이 된 아내를 향한 남편의 3년간의 기다림. 이제 새해를 맞았으니 4년으로 접어든다. 기적이란 이런 것일까. 뇌출혈로 쓰러진 의식 없는 상태에서 둘째 태웅이를 출산한 목숨보다 더 소중한 아내 김혜영씨를 기다리는 최종길씨의 보석 같은 사랑을 묶은 <사랑한다, 더 많이 사랑한다>(밝은세상. 2005)가 출간 이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어 사회의 숨은 정을 확인케 한다.

2002년 11월 14일 SBS TV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에 나온 최종길씨의 사랑은 부부의 참사랑을 확인시켜주는 소중한 사연이었다.

‘812그램’. 태웅이는 의식 없는 엄마의 몸에서 그렇게 작은 존재로 세상 빛을 봤다. “신체의 일부 기능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은 최종길씨의 심장을 다시한번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러나 할머니 조경순씨는 사랑하는 며느리에 이어 손자가 아픈 것을 두 번 허락하지 않았다.

끊임없는 간호와 보살핌으로 손자 태웅이를 건강한 아이로 만들었다. 며느리를 깨우고자 하는 사랑도 아들 못지않다. 씻기고, 미음을 만들고, 혹여나 공기가 깨끗하지 않을까봐 끊임없이 청결을 확인한다. 며느리가 없는 집안을 언젠가 며느리가 돌아올 날을 기다리며 윤이 나게 닦고 문지른다.

“네가 일어설 수 있다면 10년, 20년이라도 기다리겠다” 시어머니의 사랑과 인내는 이 시대의 마지막 남은 희망처럼 보일만큼 귀하고 또 귀하다.

“나는 혜영이의 발을 오래도록 쳐다봤다. 어쩌면 얼굴보다 더 많은 표정을 담고 있는 맨발이었다. 한겨울에 젖은 양말을 신은 채 학교에 가는 어린 혜영이의 모습이 보였다. 겨울비를 맞으며 걸어갈 때, 낡은 운동화 속에서 한없이 곱아들었을 가냘픈 발가락이 보였다. 오랜 세월, 혜영이는 그렇게 혼자 걸어 내게로 왔다. 거기까지 오는 데에도 혼신의 힘을 다했어야 했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래서 다른 사람보다 몇 곱절 더 힘들었을 것이고, 그래서 이렇게 일찍 기진해 쓰러졌는지도 모른다.“(본문 중)

‘아내의 맨발’이라는 첫 장에 적힌 최종길씨의 말이 절로 눈물을 쏟게 만든다. 책은 100% 실화에 기댄 진정성을 토해낸다.

혜영씨의 의식은 돌아온다 해도 20%의 회복밖에 기대할 수 없다고 진단받은 상태다. 하지만 최종길씨 가족은 그 20%에 모든 것을 건다. 비록 그것이 20%라 할지라도 사랑하는 아이들의 어머니, 아내, 며느리로서 그녀가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희망이며 꺼지지 않는 가족들의 사랑이다.

‘좋은 엄마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아내.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오빠 밑에 자라며 험한 세상의 고통을 마다 않고 오직 좋은아내, 좋은엄마가 되겠다는 소박한 꿈을 가졌던 아내이기에 남편은 아내의 얼굴만 봐도 심장이 찢어질 듯 아프다.

무의식상태에서 7개월 만에 둘째를 낳은 아내의 숭고한 사랑과 헌신을 생각하면 자신의 기다림은 비할바 아니라고 생각하는 남편. 어려운 형편에 한푼 두푼 모은 돈을 며느리 병원비로 모두 쓰게 했던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이 목을 타고 넘어간다. 늙어가는 노모앞에서 소리내 울수도 없는 자신은 불효자일 뿐이다. 효도하기 위해, 자랑스런 엄마아빠가 되기 위해, 종길씨는 더더욱 아내가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오늘도 그의 사랑은 간절한 기다림으로 이어진다.

이해인 수녀는 “이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나면 이 한 구절이 오래 잊혀지지 않는다. ‘죽고 싶을 만큼 절망해본 적 없는 사람은 모른다. 작은 일에도 얼마나 행복해질 수 있는지.’ 고통이 길어지면 누구나 피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아내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최종길 씨의 모습은 그 자체로 인간애의 승리이며 가족애의 본보기이다.”라고 말했다.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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