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글쓰기훈련]<487>필사-소설을 읽는 이유
[365글쓰기훈련]<487>필사-소설을 읽는 이유
  • 임정섭 기자
  • 승인 2012.10.30 0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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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글쓰기훈련]은 매일 하는 글쓰기 연습 프로그램입니다. 작가 오르한 파묵의 고백을 베껴쓰세요. 화가가 꿈이었던 한 소년은 소설을 탐닉하면서 노벨문학상을 품는 작가가 됩니다. <소설과 소설가>(민음사. 2012)에서 발췌했습니다.

<487>소설을 읽는 이유

젊은시절, 나는 소설을 읽을 때 다양한 사건, 갈등, 화려한 풍경을 좋아했다. 마치 내가 보고 있는 그림이 눈을 즐겁게 해주기를 바라는 박물관 관람객처럼. 누군가의 사생활을 몰래 관찰하는 느낌뿐만 아니라, 광활한 풍경의 어두운 구석을 탐험하는 느낌이 아주 좋았다. (중략)

소설을 읽을 때면 내 속에 넓고 깊고 평온한 ㅁ풍경이 나타나곤 했다. 때로는 빛이 꺼지고 흑백이 선명해지면서 서로 분리됐다. 그림자들이 꿈틀거렸다. 때로는 온 세상이 아주 다른 빛으로 만들어졌음을 깨닫고 놀라곤 했다. 가끔은 어스름이 내려앉아 온 사방을 뒤덮으며, 세상이 단 하나의 느낌으로, 하나의 스타일로 변하곤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이러한 느낌을 좋아하고, 이러한 분위기를 얻기 위해 책을 읽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앉았던 오렌지색 안락의자, 바로 옆에 놓여 있던 역겨운 냄새가 나는 재떨이, 카펫이 깔린 방, 골목에서 고함지르며 축구하는 아이들, 멀리서 들려오는 뱃고동 소리가 점차 멀어지고, 내 앞에 새로운 세계가 단어들로, 문장들로 열렸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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