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택시운전사 "샤르트르 보다 카뮈"
파리의 택시운전사 "샤르트르 보다 카뮈"
  • 북데일리
  • 승인 2006.01.0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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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대학입학은 고교졸업 자격증인 `바칼로레아(Baccalaureate)`를 갖게 되면 대학입학 자격이 부여되고 그 성적으로 원하는 대학의 진학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그랑제꼴(Grandes Ecoles. 특수전문대)을 제외하고 프랑스의 모든 대학은 바칼로레아만 있으면 지원할 수 있다. 나폴레옹 집권 때인 1808년 처음 실시됐고 1902년 현 제도로 정착됐다

대학진학을 목표로 수능시험 하루를 위해 학창시절을 보내는 대한민국 수험생들과 달리 프랑스의 경우 바칼로레아 시험이 있는 날이면 프랑스 국민들은 마음이 들뜬다.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시험문제는 매년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화제가 된다. 특히 비중이 가장 높은 철학시험은 국민적인 관심사이기 때문. 거리의 카페에서 사람들은 출제문제를 화제로 삼아 토론을 벌이기도 해, `학문의 국경일` 이자 `철학으로 사고하는 날`로 삼삼오오 모여 전국 곳곳에서 지적 향연이 펼쳐진다.

프랑스를 여행하는 외국인들은 평범한 파리의 택시운전사도 "내 취향은 사르트르보다 카뮈"라고 말하거나 볼테르와 보들레르에 대해 논하는 모습을 흔히 볼 정도라고.

데카르트나 파스칼 같은 철학자를 배출한 나라답게 바칼로레아의 철학시험은 한마디로 어렵다. 물론 정답은 없고 대신 논리적 일관성과 사고력, 그 범위를 폭넓게 평가한다.

출제된 문제로는 ▲ 역사가 심판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정당한가 ▲ 과거를 망각하면서 현재를 이해할 수 있을까 ▲ 법은 가끔 무시해야 하는가 ▲ 철학자는 시대의 필연적 산물인가 ▲ 인간이 영원불멸을 원할수 있을까 ▲ 자유로우면서 열정적일수 있는가 ▲ 행복은 모든 행동의 목적인가 ▲ 정상적인 것과 비정상적인 것의 경계선을 규정할 수 있을까 등이다.

바칼로레아 철학 논술시험의 질문과 답변을 실은 책 <세계의 교양을 읽는다 - 종합편>(휴머니스트. 2006)은 지난 10여년 동안 출제된 문제와 답안 중에서 총 64개를 선별해 인간, 인문, 예술, 과학, 정치, 윤리 등 6개의 장으로 엮었다.

2003년판 <세계의 교양을 읽는다>을 개정했으며 함께 출간된 2~4권은 종합편에서 다루지 못했던 내용을 심화해 인문학편, 사회-과학편, 윤리학편으로 나눠 각각 20여개의 질문과 답을 담고 있다.

대학입시에서 점차 비중이 높아져가는 `논술고사`를 대비하는 수험생에게 유용하겠지만 논술의 기초는 모방이 아닌 창의력과 창조적인 사고라는 점에서 무작정 외우고 따라해서는 안될 일.

언론인 출신의 편저자 최병권은 서문에서 "깊은 사색과 고통을 마다 않는 성찰과 창의의 교육이 이 시대 `승자 클럽`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고 있다"며 "우리 교육의 질적 수준을 한 단계 높여 새 시대의 주인이 될 높은 자질의 국민을 낳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사진 = 1. 파리대학 정문 2. 로댕 作 `생각하는 사람`) [북데일리 박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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