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크라잉 넛의 비밀> 천방지축 첫 오디션의 현장
③<크라잉 넛의 비밀> 천방지축 첫 오디션의 현장
  • 북데일리
  • 승인 2005.07.08 11: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신을 억압하는 것에 대한 분노와 심심함에 대한 고발... 그래서 그들은 `우리 음악은 크라잉 넛표 음악이다. 음악을 듣고 있을때는 화가 나는데, 곰곰이 가사를 생각해보면 웃기고, 음악을 들을 때 웃기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화가 나는 음악이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얘기에 대해 기타를 치는 이상면은 "분노를 표출한다고 그래 가지고, 직접적으로 가사를 쓰거나 욕을 하는 건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뭘 하고 싶다, 뭘 하자는 것보다 한 단계 돌리거나 시적으로 표현을 하면 처음에는 그걸 잘 모르겠지만, 그 뉘앙스는 곧 알게 되며, 나중에 듣고 무릎을 탁 치는게 낫지, `그건 그렇구나`하는 음악은 한번 듣고 안 듣게 되거든요"라고 얘기한다.

아무 생각없는 악동들이 아니라 무섭도록(?) 영리한 친구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드는 대목이다. 지금은 크라잉넛과 나이를 떠나 친구가 된 드럭 이석문 사장은 `크라잉 넛과의 7년`을 통해 이렇게 회고한다.

95년 7월. 클럽 드럭에 오디션을 보겠다고 대학 신입생이었던 그들이 찾아왔다. 그해 5월, 다른 밴드가 공연을 할 때 관객으로 날뛰며 난장판을 보여준 전적 때문에 `희안한 놈들이다`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흔쾌히 오디션을 보기로 했다.

뒤에는 드럼 1명에 앉았고, 앞에는 3명이 나란히 잔뜩 폼을 잡고 섰는데 가만 보니 3명이 모두 기타를 메고 있었다. `베이스는 없냐?`고 물으니까 3명이 모두 기타를 치고 싶어해 따로 베이스치는 멤버는 없단다. `그럼 보컬은 누구냐?`고 물으니까 4명 모두 노래를 하고 싶어서 보컬도 따로 정하지 않았단다. `포지션도 안정하고 오디션 보러왔냐?`고 빈정거리니까, `오디션 잘 해야 붙어요?`하며 씩씩 웃어대는 것이었다.

`그래, 니네 꼴리는 대로 한번 해봐라`라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네 놈이서 당시 유행하던 외국의 얼터너티브 곡들을 무대를 날아다니며 연주하기 시작했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자신들이 지금 오디션을 보고 있는지, 기타 잭이 뽑혔는지, 마이크가 넘어갔는지 아랑곳하지 않았다.

무대에 섰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거워하는 어린 아이들 같았다. 그들을 보고 있자니, 내 자신도 지금 오디션을 보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을 잠시 잊고 있었다. 한바탕 난리굿을 끝낸 그들이 물었다.

"아저씨 우리 오디션 떨어진 거죠?" 정신을 차리고 얼떨결에 대답했다.

"아~아니. 합격!" [북데일리 제성이 기자]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