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하고 격렬한 성장통
아찔하고 격렬한 성장통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2.10.29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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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슬픔

[북데일리] 섬뜩한 제목의 <아버지 죽이기>(2012. 열린책들)는 격렬하게 성장통을 앓는 한 소년의 이야기다. 천부적인 마술 재능을 지닌 주인공 조는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른 채 어머니 카산드라와와 그녀의 남자들과 살았다. 어머니의 남자들 중에 누군가 자신을 아들로 대해주기를 바랐지만 아무도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집을 나온 조는 자신의 재능 마술로 돈을 벌며 살아간다. 그러다 한 남자를 통해 유명한 마술사 노먼을 찾아간다. 자신을 받아 달라고 요청한다. 노먼과 그의 연인 크리스티나는 조를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노먼은 진심으로 조를 아끼고 사랑한다. 그러면서도 조의 거친 성격과 비상한 재주를 걱정한다.
 
 「세상에 의지할 곳 하나 없는 열다섯 살짜리 아이잖아요. 우리는 그런 아이를 거두어 준 거예요. 당연히 그래야 하고요.」
 「난 잘 모르겠어. 만약 저 애가 아니고 다른 애였다면 집에 들이지 않았을 거야.」
 「저 애의 마술 솜씨가 그 정도로 좋아요?」
 「그래. 그런데 혼자 연습해서 그런 수준까지 도달했다면 그동안 얼마나 외로웠겠어. 말하지 않아도 능히 상상이 돼. 감쪽같이 해낸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거울 앞에서 마술을 연습하며 보냈을 무수한 시간들을 생각해 봐.」
 「당신은 열다섯 살 때 어땠어요?」
 「고독하고 성질이 사나웠지. 하지만 저 정도는 아니었어. 저 애를 보니 겁이 나.」
 「이상하네요. 나는 저 애가 상냥하고 평범해 보이는데. 좋은 아이 같아요.」31~31쪽
 
 조는 새로운 환경에 안정하는 듯 보이나 실은 거대한 폭풍을 숨기고 있었다. 어머니 카산드라와 살면서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아버지에 대한 감정들이 새로운 방향으로 자라기 시작한 것이다. 노먼에게 묘한 적대감을 드러내고 크리스티나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조에게는 친구가 없었다. 오로지 새로운 마술과 크리스티나에 대한 욕망만 자리한 것이다. 광기 어린 조를 지켜보는 노먼의 상처는 깊어간다. 노먼의 마음과 상관없이 조는 자신의 마술을 믿고 라스베이거스로 떠난다.
 
 그곳에서 화려한 생활에 취해 점점 노먼과 크리스티나를 잊는다. 그들을 방문하기는커녕 전화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다 조는 카드사기 사건에 연류되고 노먼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을 찾지 않는다. 노먼만이 조의 공연장을 찾을 뿐이다. 그러니까 자식을 향한 짝사랑인 것이다. 조와 노먼의 관계를 보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시절,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버리고 싶었던 시절을 떠올린다.  
  
  소설은 제목처럼 아찔하고 강렬하다. 어른이 되기 위해 누구나 겪는 성장통을 이토록 지독하고 잔인하게 그려내다니, 아멜리 노통브 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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