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모토 바나나가 가장 사랑하는 소설
요시모토 바나나가 가장 사랑하는 소설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2.10.29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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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받은 삶을 위로하다

 

[북데일리] 같은 대상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듯 하나의 주제를 표현하는 방법은 저마다 다르다. 소설도 그렇다. 작가마다 고유한 무엇이 있다. 따뜻함이 떠오르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막다른 골목의 추억>(2012. 믿음사) 도 어김없이 포근함을 선사한다.
 
 5편의 이야기는 요란하지 않고 조용하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반복된 일상에서 마주하는 이야기는 우리네 그것과 다르지 않아 친근하다. 그녀가 들려주는 가족과 이웃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우정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함께 걱정하며 함께 웃게 만든다.
 
 <엄마!>는 특별한 경험을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 이야기다. 출판 교정 일을 하고 있는 마쓰오카는 회사 사내 식당에서 카레를 먹고 병원에 입원한다. 누군가 카레에 약물을 투입한 것이다. 생명에는 지장은 없었지만 그 일로 마쓰오카의 일상은 변화를 맞게 된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주변 사람들의 애정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았다면 한 번도 상상하지 않을 경우를 수를 생각하며 현실에 감사하는 것이다. 동거하는 연인에 대한 고마움과 부모님을 대신해 자신을 키워준 조부모에 대한 사랑을 돌아본다.
 
 표제작인 <막다른 골목의 추억>은 막다른 골목에 위치한 카페에 대한 추억담이다. 단란한 집안에서 걱정없이 자란 미미는 약혼자의 직장 때문에 장거리 연애를 한다. 한데 어느 순간부터 약혼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 결국 약혼자를 만나 대도시로 온 미미는 이별 통보를 받는다. 예상했지만 이별의 상처를 쉽게 아물지 않았고 당분간 삼촌 가게에 머문다. 그곳에서 미미는 삼촌 대신 가게를 맡고 있는 아르바이트생인니시야마를 만난다. 그는 어린 시절 연구에 몰두한 아버지가 제대로 돌보지 않아 영양실조에 걸려 친척 아줌마의 손에 자란 이였다. 니시야마는 실연으로 힘들어 하는 미미를 격려하며 새로운 인생에 대해 조언한다.
 
 “세상에는 사람 각자의 수만큼 절망의 한계가 있는걸. 나나 너의 불행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만한 많은 것들이 있고, 만일 그런 일을 당하면 우리는 그대로 엎어져서 바로 죽을 거야. 그러니까 우린 그나마 행복하고 편안한 거야. 그렇지만 그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p. 203
 
 니시아먀의 말은 자신만의 절망에 갇힌 이들에게 커다란 위로가 된다. 우리가 사는 생은 예측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슬픔으로 좌절해서는 안 된다고 요시모토 바나나는 말한다. 그녀는 어떤 상처로 인해 어떤 실패로 인해 자신을 벼랑으로 몰고 가는 이들에게 따뜻한 글로 그들을 위무한다. 누구라도 그녀의 응원을 받는다면 넘어진 자리를 털고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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