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 남포벼루... 특산물 기행
홍주, 남포벼루... 특산물 기행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10.23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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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뛰며 몸으로 체험하며 쓴 책

[북데일리] ‘산천은 유구한데 인걸은 간 데 없다’는 말은 적어도 특산물 앞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특산물 기행>(자연과 생태.2012)의 저자의 말이다. 사람은 그대로인데 산천은 끝없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책은 '특산물 읽기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자연환경 변천사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한민족의 역사에 대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년 전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특별한 맛과 멋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진도의 술과 관련해 황홀한 취객이 되었던 순간을 다음처럼 묘사했다.

잔에 따른 술은 투명하게 맑은 붉은 빛이다. 달착지근하고 향긋한 냄새를 음미하며 입에 대니 강하지만 거부감 없이 식도를 넘어 부드럽게 온몸에 퍼져든다.(중략) 권하는 대로 두 잔을 비우고 나니 몸이 후끈하게 달아오르면서 눈앞이 아득해진다. “어? 기분이 참 좋네.” 겁 없이 마시고 겁 없이 취한 누군가의 말대로 우리는 황홀한 취객이 되었다. 홍주는 일순간에 세상에 붉은 꽃이 피게 하는 마술 같은 액체였다.-162쪽

이는 허 씨 할머니가 40년 동안 전래 비법을 고수해 만든 ‘홍주’를 맛본 감상평이다. 전통 비법으로는 하루 종일 내려도 하루 4되를 넘지 못하는 생산량이지만 그 맛은 진도를 대변할 만한 정도라는 감탄어린 소감이다.

책에 따르면 홍주는 민속주로 인정받지 못해 주류세법에 매여 밀주 취급을 받아야 했지만, 벌금과 곤욕을 견디면서까지 전통을 지켰다. 그 뒤에 허 씨 할머니가 40년이란 시간을 정직하게 벼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말한다. 지금은 국책사업으로까지 확장되었으니 명실상부 전통주로 자리 잡았다.

이어 충남 보령의 남포벼루도 소개했다. 벌써 3대째 내려오는 가업(家業)이다. 좋은 벼루는 물을 부어도 열흘 남짓 지나도 마르지 않고 까다롭게 먹을 가린다고 한다. 우리나라 보다 일본에서 더 유명한 남포벼루는 일본사람들이 대대로 물려줄 가보로 삼을 만큼 품질이 우수하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의 집무실에 놓여왔고 지금은 국빈들의 선물로도 애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책은 저자가 20년 전 취재했던 기록과 6년간 잡지에 연재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고치고 갈무리 되었다. 20년 특산물의 변천사를 담은 기록지다. 독자들은 60가지 특산물과 이와 관련된 역사 같은 이야기를 만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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