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흔드는 책속의 문장
마음을 흔드는 책속의 문장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2.10.23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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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는 '0페이지'에서 시작된다

 [북데일리] 책을 읽는 방법은 다양하다. 읽는 속도, 읽는 장소, 마음 상태에 따라 같은 책이 다른 책이 되기도 한다. 분명 읽은 책이지만 내용은커녕 주인공의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을 흔드는 문장을 났을 때 기억하기 위해 나름의 표시를 한다. 어떤 이는 밑줄을 긋고, 어떤 이는 포스트 잇을 붙이고, 그 부분을 옮겨 적기도 한다. <0페이지 책>(2012. 시루)은 색다른 방법으로 책을 기억하는 이야기다.
 
  책은 한 권의 책이 어떻게 저자의 삶으로 스며들었는지 소중하게 각인된 문장과 기발하고도 감각적인 그림을 통해 보여준다. 저자가 선택한 책은 어린 시절 누구나 읽었을 법한 <어린왕자>,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꽃들에게 희망을>를 시작으로 필독 독서로 잘 알려진 <수레바퀴 밑에서>, <호밀밭의 파수꾼>, <참을 수 없는 존재에 대한 가벼움>과  읽지 않았어도 제목으로 익숙한 <좀머 씨 이야기>,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상실의 시대>, <은밀한 생>, <생의 한가운데>, <자기 앞의 생>,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생경한 <동물원 킨트>, <암리타>까지 15권이다.
 
 저자는 자신이 지나온 삶의 모든 것을 책으로 말한다. 청춘의 방황과 혼란스러운 정체성과 마주한 책, 실연의 슬픔을 달래준 책이거나 좌절에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준 책,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책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0페이지라 명한다. 그리고 모두에게 묻는다. 당신에게 그런 0페이지는 어디냐고 말이다.  
 
 ‘0페이지는 존재하지 않는 장소다. 숫자 0일 수도, 글자와 글자 사이의 구멍일 수도, 페이지와 페이지 사이의 빈 여 백일 수도 있다. 작가에게는 첫 페이지를 쓰기 전의 마음가짐이며, 독자에게는 첫 장을 읽기 시작하기 전에 받는 책 전체에 대한 느낌이다. 또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다 읽고 난 후의 감상 덩어리다. 책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 덩어리다. 같은 책을 두 번, 세 번 읽는 반복의 형상이다. (중략) 0페이지는 성벽이 허물어지고 나와 책이 다시 탄생하는 생의 시작점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책에 대한 책을 읽을 때면 책 속의 책과 내가 읽은 책이 많이 겹치기를 바랐다. 한데 이 책은 내게 속한 내 책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내가 사랑하는 책들을 생각한다. 다시 읽고 매만지고 싶은 책들 말이다. 어쩌면 내게 0페이지는 이런 마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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