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찍고 찍어도 멈출 수 없는 셔터
스페인, 찍고 찍어도 멈출 수 없는 셔터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10.19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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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숨어 있는 작은 마을 소개해

[북데일리] 2년간 스페인의 알려지지 않은 도시 곳곳을 발로 누비며 기록한 여행기 <언젠가 한 번쯤, 스페인>(시드페이퍼.2012)가 나왔다.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스페인들의 삶을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일상을 담았다.

스페인은 세계문화유산이 가장 많은 나라다. 다양한 문화권이 공존하는 곳이기에 많은 여행객이 다녀가는 국가다. 매력 넘치는 여행지를 다녀오고서 남는 아쉬움 중 절반은 빤한 ‘관광’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책은 스페인의 겉모습을 화려하게 수식하지 않았다. 여행하며 겪는 불편함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여행서의 실용적인 측면도 살려, 여행자 수첩을 통해 여행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스페인 여행에 ‘인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체험한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했다.

“스페인의 작은 마을들을 여행하려면 가끔 버스 이용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온 동네를 헤집고 다니는 완행버스는 기본이고, 야박하게 하루 딱 한 번 있는 버스도 제때 타야한다. 비포장도로나 아찔한 벼랑 위를 달릴 때 치밀어오는 멀미를 꾹 이겨내는 것도 중요하다. 한 번은 도저히 교통편을 찾을 수 없어 지역 여행안내소에 문의하자 대중교통은 없으니 지역 초등학교의 통학버스를 이용하라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33쪽

작가가 여행하며 겪었던 소소한 에피소드들은 책을 읽는 즐거움과 공감을 준다. 그의 발걸음이 닿았던 '알바라씬'은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는 작은 마을이다. 하루에 한 대 뿐인 알바라씬행 버스를 기다리는 도중 일어난 일은 특히 인상적이다.

‘다부진 체격에 험악한 인상을 가진 사내 두 명이 대합실의 정적을 깨며 거칠게 소리쳤다. “여기 알바라씬 가는 사람 있어?” 영문도 모르고 일단 손을 번쩍 든 사람은 나를 포함한 네 명. 신분도 밝히지 않은 채 그들은 건방지게 손짓으로 자기를 따라오라며 밖으로 나가버렸다.(중략)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버스가 아니라 정체가 불분명한 흰색소형승합차였다.’ -33쪽

여행객에게 이런 상황은 난감하기 마련이다. 엉겁결에 따라 나간 곳에 있는 정체불명의 승합차가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어두운 낯빛으로 다른 여행객들과 눈빛만 주고받던 찰나, 경적을 울리며 재촉하는 차에 타게 됐다. 차에 타고서야 그 이유를 알았게 됐는데 알고 보니 비수기 소수 승객을 위한 차량이었던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보는 즐거움 또한 쏠쏠하다. 각 장마다 배치된 사진은 스페인 특유의 건축양식과 미를 보여준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작가의 솔직한 표현이다. 군더더기 없이 느낀 그대로를 드러내 독자에게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든다. 이를테면 알바라씬 성곽이 있는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본 대목이 그렇다.

“산 정상에서 다시 터져나오는 감탄사를 막을 도리가 없었다.(중략)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찍고 또 찍고 계속 찍었다. 하지만 아무리 수십 번 셔터를 눌러도 그 풍경을 소유하려는 내 갈증은 해갈되지 않았다. 눈앞의 아름다움이 신기루가 되어 그대로 사라질 것 같았다. 나는 어리석게도 한참 뒤에야 카메라를 끄고 두 눈으로 풍경을 마주하기 시작했다. 나는 내 마음에 음화(音畵)로 그 풍경을 아로새기고 싶었다.”-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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