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크라잉 넛의 비밀> 잘먹고 잘큰 아이들의 반란
②<크라잉 넛의 비밀> 잘먹고 잘큰 아이들의 반란
  • 북데일리
  • 승인 2005.07.0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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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사실은 처음에 랩 조금 나오고, 사실 좋은 부분은 옛날 노래거든요. 약간 반칙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세상에서 나랑 똑같은 사람이 한사람이라도 있으면 그걸 부끄럽게 생각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근데 그게 힘들어요. 하지만 그게 있어야 새로운 음악이 나오는 것 같아요."

크라잉 넛은 음악 전문지 GMV와 인터뷰서 이렇게 밝혔다. GMV가 그들을 보며 느낀 감상은 이랬다.

<가볍지만 의미있다. 그게 크라잉 넛이 지금까지 견뎌온 전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처음엔 무작정 말달렸는지 모르나 그동안 인디씬에서 산전수전 다 겪으며 그들은 그냥 달린 게 아니라 나름대로 `태도`를 취하며 살아온 듯 하다.>

크라잉넛은 뜬금없는 "국가보안법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국가 보안은 세콤에 맡겨야 해"라는 엉뚱한 대답을 하기도 하고, "요즘의 인디밴드 인기하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우리나라는 너무 음악풍조가 급격하게 변하는 것을 따라 가려고 하다보면 그런 건데, 꾸준히 하는 밴드가 많아졌으면 해요`라고 의외로(?) 진지한 대답을 하기도 한다.

한편으로 자신들의 애환을 슬쩍 이야기 하기도 한다. 그들이 저항하는 코드는 기존의 펑크 정신과 다르다. 그 고발은 때로는 장난이며, 심심함에 대한 고발이기도 하다. 책은 세 개의 파트로 이루어져 있는데, 두 번째 파트는 크라잉 넛 주변 사람들의 글이다. 뮤지션 겸 평론가인 성기완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처음엔 정말 황당했다. 펑크 음악도 종류에 따라 다 성질이 다르다. 크라잉 넛에게서 섹스피스톨즈의 시드 비셔스 같은 자기 파괴를 발견하기는 힘들다. 크라잉 넛은 자기를 파괴할 이유가 없다.

미래가 없는 것도 아니고 집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그들은 서울의 중산층 아파트에서 잘 먹고 잘 큰 아이들이다. 왜 그렇게 키가 안 컸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것 하나만 빼놓고 그들의 몸이나 정신은 매우 건강하고 건전하다"

성기완씨는 크라잉 넛이 저항하는 코드가 기존의 펑크 정신과는 조금 다름을 역설하고 있다. 그리고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펑크를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렇게 덧붙이고 있다.

"자기를 제대로 잘 키운 중산층의 체제 자체가 자신을 억압하는 것을 그들은 스스로 고발한다. 그러나 그들은 1980년대 젊은이들처럼 주먹을 높이 치켜세우고 심각하게 고발하지 않는다. 특유의 장난스러운 제스처와 쇼맨쉽으로 비꼬고 웃기는 가운데에서 넌지시 고발한다. 자신들의 삶과 함께 해온 미디어에서 본 것들을 흉내내기도 하고 따오기도 하면서, `서커스 매직`을 하면서 세상을 부정한다. 그러니 그 고발은 때로는 장난이다. `심심함`에 대한 고발이기도 하다" [북데일리 제성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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