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끼리의 사랑' 동화 같은 이야기
'나무끼리의 사랑' 동화 같은 이야기
  • 김용수 시민기자
  • 승인 2012.10.16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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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복현 시인의 어른을 위한 동화 '사랑나무'

 

[북데일리] 숲속의 나무들은 좁은 공간을 나눠 갖고 살아간다. 나눔의 방법이 정해 진 것은 아니니 햇빛을 차지하기 위해 다른 나무보다 먼저 키 자람을 하고, 가지와 잎을 잔뜩 펼쳐놓아야 한다. 자연히 다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조금의 빈자리라도 생겼다 하면 주위의 나무들은 우선 가지부터 들어 밀고 본다. 서로가 부딪히면서 맞닿게 마련이다.

처음에는 자기만 먼저 살겠다고 발버둥치지만 맞닿은 채로 오랜 세월이 지나다 보면 함께 협조해야 살아남을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서로의 부족함을 조금씩 메워나갈 수 있도록 아예 몸을 합쳐 한 나무가 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결론에 이르기도 한다. 이렇게 맞닿은 두 나무의 세포가 서로 합쳐서 하나가 될 때, 우리는 연리 連理라고 부른다.

연리는 두 몸이 한 몸이 된다 하여 흔히 남녀 간의 사랑에 비유되며, 나아가서 부모와 자식, 가족 사이, 친구 사이의 사랑에 이르기까지 이 세상 모든 사랑은 하나로 이어진 두 나무로 형상화된다. 바로 ‘사랑나무’다. 나뭇가지가 서로 이어지면 연리지 連理枝, 줄기가 이어지면 연리목 連理木이다.

최복현 시인이 이야기하고 박미미 작가가 그린 어른들을 위한 동화 <사랑나무>는 주인공인 피나무와 참나무가 어려움을 넘어 끝내 사랑을 이루어내는, 사람보다 더 사랑다운 사랑을 하는 사랑나무의 동화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는 바람이 부는 날, 산에 올랐다가 나무들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나무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다. 마치 바람이 싸움을 부추겨서 서로 아프게 하는 것처럼 그냥 지나가는 바람에도 나무들은 아픈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소리에서 사랑을 느꼈다.

서로 다른 나무가 만나 사랑을 시작하면 우선 몸과 몸이 부대낀다. 원하든 원하지 않던 어쩌다 우연히 가까이 있다는 이유 때문에 몸을 맞대고 시간을 보내다 보면 점점 더 상대의 몸속으로 깊이 파고들고 싶어진다. 그렇게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바람이 불면 바람에 의지해 떨어졌다 붙기를 얼마나 반복해야 했던가. 이제 껍질이 벗겨지고, 나무들은 속살을 맞대고 살아간다.

그러니 아프다. 바람에 삐걱거리는 몸이 부대껴 아프다. 그렇다고 멀어질 수도 없는 숙명을 타고난 나무들은 그 아픔을 겪고 나서야 하나의 나무로 완전히 붙어 지낸다. 살아있는 한 나무들은 서로 나누어지지 못한다. 그만큼 아픈 시절들을 보내고 하나가 되었으니 절대로 떨어져선 안 된다는 운명의 장난일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주변은 너무 빨리 변해가고 있다. 자고 나면 업그레이드를 생각해야 하는 정보화 세상이라지만 가장 전통적이고 우리다워야 할 남녀 사이의 사랑 방식도 가치관도 몰라볼 만큼 달라지고 있다. 남녀가 만나서 사랑을 나누고 부부의 연을 맺어 평생을 같이하는 과정을 연리지로 승화시킨 옛사람들의 사랑 방식을 도화로 승화시킨 이 책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 그래, 사랑이란 이렇게 서로 자신을 조금씩 깍고 상대의 속으로 들어가는 거야. 과정은 아프지만 나중엔 그 아픔마저 상쇄하고도 남을 이런 기쁨이 찾아오니까 사랑은 아름다운 거야. 우리도 그런 사랑을 배워가는 중이고.”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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